[편집장이 독자에게]한솥밥 먹는 처지여도...

“시민위한 취재는 뒷전, 본인 배불리는 영업과 행정예고비 취득이 목적인 사이비 언론사, 사이비 기자들에게 광명시장은 지원을 중단하고, 시청 출입을 통제하라!” 광명시공무원노조가 시청 별관에 이런 현수막을 붙였습니다.

저는 공무원노조가 시작한 언론개혁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환영합니다. 당초 특정 기자에게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되었지만 저는 이참에 공무원노조가 더 넓은 범위에서 언론개혁운동을 전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2007년경 문현수 광명시의원이 무분별하게 지출되는 행정예고비를 전액삭감하겠다며 언론개혁을 들고 나왔고, 광명지역신문은 그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러자, 기자들이 문 의원의 집으로 가서 불법건축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면서 사진을 찍어대기도 했고, 광명지역신문과 가까운 사람들은 기자들로부터 한솥밥 먹는 처지에 지역신문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냐는 항의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광명지역에서 사이비 언론과 사이비 기자들에 관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기사를 빌미로 성매매, 성접대를 받거나, 기자 명함을 들고 다니며 압력을 행사해 물품을 팔거나, 혹은 남의 약점을 잡아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시청에 출입하는 기자들의 전과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하는 것이겠지요.

공무원노조의 이번 시도가 양질의 언론과 그렇지 못한 언론을 가려내는 밑거름이 되고, 이번 기회에 ‘한솥밥 먹는 처지’라는 이유로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언론사와 언론인들 역시 스스로 자정노력을 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모든 언론사들이 한꺼번에 같은 취급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만 보면 화나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물론 광명지역신문도 날카롭게 평가받겠습니다.

언론개혁을 외치는 공무원노조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국가권익위원회에서 2013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광명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75개 시 중에서 52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공직자 부패사건 발생현황에서 다른 지자체보다 많은 감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됐다는 광명시에는 잊을만하면 공무원들의 성추행 사건이 터집니다. 오죽하면 강복금 광명시의원은 이런 광명시를 두고 공식석상에서 ‘성폭력 주식회사’라고 했겠습니까. 광명시 모 공무원은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조사 직전에 명예퇴직했고, 양기대 시장은 공직기강 해이에 대해 시장으로서 부끄럽다며 착잡함을 표현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론인의 신분을 망각한 사이비 기자의 범죄행위가 빈번히 발생하듯, 공무원의 신분을 망각한 사이비 공무원의 범죄행위도 빈번히 발생합니다.

저는 공무원노조가 광명시 공직사회 내부개혁을 위해서도 깃발을 꽂고 큰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한솥밥 먹는 처지’라는 식으로 제 식구 감싸기에서 벗어나야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철밥통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않겠습니까?

언론이나 공직사회나 썩은 곳을 도려내야 더 썩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바른 언론이 제목소리를 내고, 바른 공무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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