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노동자가 평등하게 쉴 수 있는 나라

                                                                                   ▲ 신동열 - 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
▲ 신동열 - 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
무한도전 달력의 사전예약이 실시되는 것을 보니 벌써 연말이 코앞이다. 이맘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새해에 대한 설계와 함께 내년에는 '빨간 날' 즉 쉬는 날이 며칠이나 있을지에 대해 궁금해 한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달력의 빨간 날을 모두가 쉴 수 있는 공휴일로 알고 있는 듯하다. 노동당은 현재 ‘빨간 날 유급 휴일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캠페인 현장에서는 설, 추석, 석가탄신일, 성탄절, 어린이날 등에 대한 법정 유급휴일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도 하고 있는데 법정 유급휴일이 '맞다'는 응답이 '아니다'라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많은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빨간 날'은 모든 국민이 쉴 수 있는 날인가? 쉬는 날로 알고 있는 빨간 날들은 1월 1일부터 설, 추석 연휴, 현충일, 석가탄신일, 광복절, 성탄일 등 16일이다. 이 날들은 공무원의 휴일을 정한 규칙(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해 공무원에 한해서만 유급휴일로 보장하고 있다. 단지 노동자들에게 보장되는 유급휴일은 5월 1일 노동절(근로자의 날)과 일요일 뿐이다.

이처럼 모든 빨간 날을 법정 공휴일로 정하지 않고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으로 정한 것은 이른바 재계의 반발을 의식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빨간 날 휴무와 급여 지급의 여부를 재량껏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관공서의 휴무로 인해 업무가 원활하지 못한 기업이나 노사 간에 체결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의해 유급 휴일을 보장받는 일부 노동자들도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빨간 날은 일하는 날이고, 쉬는 경우에는 연차로 대체하거나 무급으로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 한달 전에 미국남부의 유력지인 애틀랜타저널(AJC)의 기사가 각 포털싸이트 순위를 장식한 적이 있다. 그 신문에 의하면 한국은 작업장 사망률이 미국의 2배가 넘고 연평균 근로시간이 30개 OECD산업화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2천 시간 이상인 데다 ‘주말에도 일하는 나라’라는 기사였다.

우리나라 법정 노동시간은 주당 40시간이고 연장노동을 주당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노동시간을 보이는 것은 연장 노동에 대한 규제가 매우 미약하기도 하지만 연장 노동 없이는 생계유지가 어려운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빨간 날조차 차별당하면서 행해지는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에게 ‘일만 하는 기계’가 되기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

이런 현실에 대해 노동당은 오래 전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어 장시간 노동과 실업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해왔다. 임금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 함께 쉬는 빨간 날은 ‘빨간 날 유급휴일 법제화’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대선이 끝나면 우리나라가 복지국가가 될 것처럼 여야 모두가 보편복지를 주장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달력에 빨간 날조차 차별 받으면서 보편복지를 할 수도 없고 행복할 수도 없다. 진정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면 모든 빨간 날을 법정 공휴일로 정해서 국민 모두 똑같이 유급 휴일을 보장받는 '모두를 위한 빨간 날'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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