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독자에게] 광명시 등 관계기관 지혜 모아야

며칠이 지났습니다만 화재현장은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뼈대도 없이 새까맣게 타버린 집터는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고스란히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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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화재로 집 16채가 전소된 광명7동 무허가 판자촌 현장
지난 10월 12일 밤 광명7동 무허가 판자촌에서 불이 나 16채의 집을 모두 삼켜버렸습니다. 판자촌에 하나 밖에 없는 비좁은 통로를 가로막아버린 불길 때문에 빠져나갈 수 없었던 주민들은 반대편 창문과 담을 넘어 가까스로 목숨만 건졌습니다.

이재민들은 지금 광동경로당에서 임시로 머물고 있습니다. 봉사단체들이 가져다 준 식량과 헌옷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지만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막막함과 서러움에 살아도 사는 게 아닙니다. 잠도 못 자고, 밥도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재민 대책을 마련하려고 하니 몇 가지 걸리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광명시와 광명시의회 등 관계기관들이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무허가 판자촌에 대한 제도적 보상의 어려움, 개발보상을 노리고 전입신고만 한 얌체족이 있다는 의심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곳 화재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광명 도심에 아직도 이런 무허가 판자촌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왜 하필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게 된 걸까요? 과연 일각에서 의심하듯 개발보상을 노리고 전입신고만 해놓은 사람들일까요? 물론 그런 이들도 있겠습니다만, 이곳에서 오랜 세월 살아왔던 사람들까지 그런 식으로 한꺼번에 매도하는 것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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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민들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면서 대책마련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어려웠던 시절, 자식까지 줄줄이 달고 있는 이들에게 선뜻 세를 내주는 집주인은 없었습니다. 번듯한 집을 살 돈도 없었고, 이런 저런 이유로 월세 방 한 칸도 얻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하나둘 무허가 판자촌으로 밀려나 터를 잡게 되었습니다. 비록 열악한 무허가 판자집이었습니다만, 그래도 내 집을 갖게 됐고, 이곳에서 자식들을 키웠습니다.

이곳에 사는 이들은 대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에서 자식을 키우며 지금껏 살아 온 이들은 보상을 노리고 전입신고만 해 놓은 사람이 아니라 형편이 어려워서 판자촌을 빠져나가고 싶어도 떠날 수 없었던 우리 동네 이웃들인 셈입니다. 이재민들은 이곳에서 실제 거주한 사람이 7세대, 세입자 2명 등 총 20명이라고 말합니다. 이재민 중에는 어린 학생들도 있고, 장애인도 있고, 지병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상을 노린 전입신고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으로 실제로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까지 매도해 대책을 미룰 수는 없습니다. 광명시는 실제로 거주한 주민이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해 이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재민들을 언제까지 경로당에서 임시로 살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날은 추워지는데 대책없이 밖으로 내쫓을 수도 없습니다. 가난은 임금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지레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갈 곳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광명시 등 관계기관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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