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독자에게] 광명시 등 관계기관 지혜 모아야
며칠이 지났습니다만 화재현장은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뼈대도 없이 새까맣게 타버린 집터는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고스란히 말해줍니다.
이재민들은 지금 광동경로당에서 임시로 머물고 있습니다. 봉사단체들이 가져다 준 식량과 헌옷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지만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막막함과 서러움에 살아도 사는 게 아닙니다. 잠도 못 자고, 밥도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재민 대책을 마련하려고 하니 몇 가지 걸리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광명시와 광명시의회 등 관계기관들이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무허가 판자촌에 대한 제도적 보상의 어려움, 개발보상을 노리고 전입신고만 한 얌체족이 있다는 의심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곳 화재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광명 도심에 아직도 이런 무허가 판자촌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왜 하필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게 된 걸까요? 과연 일각에서 의심하듯 개발보상을 노리고 전입신고만 해놓은 사람들일까요? 물론 그런 이들도 있겠습니다만, 이곳에서 오랜 세월 살아왔던 사람들까지 그런 식으로 한꺼번에 매도하는 것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이곳에 사는 이들은 대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에서 자식을 키우며 지금껏 살아 온 이들은 보상을 노리고 전입신고만 해 놓은 사람이 아니라 형편이 어려워서 판자촌을 빠져나가고 싶어도 떠날 수 없었던 우리 동네 이웃들인 셈입니다. 이재민들은 이곳에서 실제 거주한 사람이 7세대, 세입자 2명 등 총 20명이라고 말합니다. 이재민 중에는 어린 학생들도 있고, 장애인도 있고, 지병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상을 노린 전입신고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으로 실제로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까지 매도해 대책을 미룰 수는 없습니다. 광명시는 실제로 거주한 주민이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해 이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재민들을 언제까지 경로당에서 임시로 살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날은 추워지는데 대책없이 밖으로 내쫓을 수도 없습니다. 가난은 임금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지레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갈 곳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광명시 등 관계기관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