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중심사고가 만들어낸 또다른 폭력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제정됐을 때만 해도 별 반응이 없었는데 막상 시행되고나니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그 중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남성의 성욕을 어디서 해소하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모 의원은 ‘18살에서 30살까지 성인 남성들이 무려 12년 동안이나 성관계를 가질 기회가 없어졌다’며 탄식을 했을 정도이다. 남성의 성욕은 참을 수 없고 성매매는 ‘필요악’이라는 우리 사회 뿌리깊은 관념에 근거한 것이다. 그 성매매를 못하게 했으니 성폭력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우리나라 성폭력 발생율은 세계2위였으며, 한국 경제 규모 중 성산업 비중은 2002년 현재 GDP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즉 성산업이 번창해도 한쪽에서는 여전히 성폭력 범죄가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3년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성인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에 대한 의식조사를 했는데, 양성평등의식이 높을수록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으며 2/3 이상의 남성은 성욕은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사회가 용납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성의 성욕을 조절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면 대상이 되는 여성의 성은 남성의 성욕에 따라 좌우되며, 남성의 성에 얼마나 충실하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여성의 성은 인격이 아니라 상품으로 전락하고 분위기를 풀어야 할 때 요긴한 도구가 되며,비뚤어진 ‘회식문화’나 ‘접대문화’로 자리잡는다.

이러한 사회적 수요는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불법으로 알선하고 통제하면서 이익을 챙기는 부류를 양산했다. 성매매특별법은 이들을 엄벌하고, 성매매산업구조에 유입되어 인권을 유린당하는 성매매 여성보호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영화 ‘나쁜남자’의 마지막 장면은 성매매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자주인공이 트럭에서 몸을 팔면 바깥에 있던 남자주인공이 손님한테 돈을 받는다. 몸 파는 일은 여자(성매매 여성)가 하지만 정작 돈을 챙기는 것은 남자(알선업자나 포주)다.

성매매는 남성중심사고가 만들어놓은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억압이며, 가장 일상화된 여성차별과 폭력의 하나일 뿐이다.

강은숙 <광명여성의전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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