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판> 이영희 광명문화원장

과거, 전통, 역사는 결코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다. 과거는 우리의 뿌리이고, 지금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거울이다. 이런 점에서 광명문화원은 광명사람들의 삶을 질박하게 담아낸 그릇이다. 향토사 연구와 향토문화 발굴,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기록과 보존, 왜곡된 역사의 재정립으로 광명시민들의 문화적 욕구 충족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광명문화원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2011년 취임 이래 시민들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내부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탁월한 리더십으로 광명문화원의 화합을 이끌어 낸 이영희 광명문화원장을 만나본다. <편집자註>

                                                                                   ▲ 이영희 광명문화원장
▲ 이영희 광명문화원장
경기도 최고의 문화원으로 성장

“문화를 경시하는 지역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문화는 인생을 담는 그릇이고, 광명문화원은 이런 그릇을 만드는 가마터지요, 어떤 재료를 넣고, 어떤 물을 쓰고, 어떤 불을 쓰느냐에 따라 그릇의 질과 모양, 색깔이 달라집니다. 문화원의 위상은 곧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판단하는 척도입니다.”

내부 갈등과 반목으로 사고지역으로 분류돼 홀대받던 광명문화원은 2011년 2월 제10대 이영희 원장이 취임하면서 정상궤도의 반석에 올렸으며, 이제 경기도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문화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임원진들이 대거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치 소용돌이에 휘청거렸고, 원장직을 둘러싼 내홍으로 존폐위기에 몰렸던 광명문화원은 이 원장 취임과 동시에 정치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문화원 본연의 역할을 하나하나 찾아갔고, 시민들이 안방처럼 드나드는 친근한 문화원으로 정체성을 확립했다.

광명문화원이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은 지난 날 과오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추진한 내부개혁이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다. 이사진은 새롭게 구성해 운영의 효율성을 기하고, 회원명단을 정리하는 것은 뼈를 깎는 아픔이었지만 이런 성장통은 진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문화원다운 문화원 만들겠다
오리문화제-민회빈 강씨 재조명

이 원장은 ‘문화원다운’ 문화원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뿌리를 찾아 근본을 바로 세우는 것이 문화원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믿는다.

과거 이벤트 위주였던 오리문화제는 이제 오리 이원익 선생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는 본연의 취지를 살리는 지역의 대표 문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제22회 오리문화제는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어울림 한마당’이라는 주제로 시민들에게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오리문화제에서 최초로 재현한 ‘사궤장 기로연’은 문화원 이사들이 직접 참여해 오리 이원익의 면모와 역사공부를 할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사궤장 기로연이란 이원익이 77세가 되었을 때 인조임금이 안석과 지팡이, 선온주(임금이 하사한 술), 음식, 악공, 무용수 등을 하사하며, 관직에서 떠나지 말 것을 청한 것이다. 이원익 대감은 청백리일 뿐 아니라 유능한 관료였다. 이원익 사상강연회는 이원익 대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공직사회의 관료적 리더십을 깨닫게 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이 원장은 우리 지역의 인물인 ‘민회빈 강씨’를 재조명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민회빈 강씨에 대해 역사적으로 왜곡돼 알려진 것이 많죠. 민회빈 강씨는 시아버지와 갈등을 일으키고, 질투가 심한 여인이라는 편파적 시각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랑캐라 여겼던 청나라와의 관계에서 위기에 몰렸던 조선의 난국을 극복하려 노력한 인물입니다.” 광명문화원은 오는 6월 19일 전문가들과 초청해 민회빈 강씨를 재조명하기 위한 학술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발굴과 기록은 우리의 자산

광명시흥 보금자리개발사업으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도 한창 진행 중이다. 3년간 전개되는 장기프로젝트다. “수십년 혹은 수백년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이 만든 자연부락에는 우리네 평범한 민중들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개발’이란 미명하에 번듯한 건물은 들어서겠지만 오랫동안 꾸려 온 터전을 떠나는 이들도 생기겠죠. 광명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이들의 소중한 일상들을 담아내는 것이 숙제입니다.”

온신초등학교에서 작년부터 실시하는 3.1 운동 기념식은 광명의 자랑스러운 항일 역사를 되새기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애국심과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이 원장은 광명의 근현대사를 바로 기록하고, 발굴하는 것이 후손에게 물려줄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대접만 받으려는 정치인에 쓴 소리..문화적 마인드가 지역을 발전시킨다

그는 앞으로 누가 원장을 하든 문화원이 정치에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문화원이 지역문화의 디딤돌, 줏대있는 지역문화의 중심으로 그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 광명문화원은 더 깊고 단단하게 뿌리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문화적 마인드가 있는 일꾼이 지역에서 일해야 지역이 발전한다고 말한다. 행사에 잠깐 얼굴만 비추고 대접만 받으려는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문화를 느끼고 호흡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한다.

지역의 뿌리찾기, 역사적 인물 발굴, 올바른 지역사회 알리기. 창조적 기획력과 열정적인 리더십, 화합을 통해 모아진 역량을 바탕으로 광명문화원의 발전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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