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

“아저씨!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오셨어요? 저희는 말로만 그러시는줄 알았어요. 이렇게 약속을 지키시다니..”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난 명진이와 수지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충현박물관에서 <추억, 이원익>전이 열리던 토요일, 친절하게 박물관을 찾아온 이들을 안내하는 모습을 보고 나중에 인터뷰를 하자고 말했던 것을 농담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어려운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는 충현고등학교 같은 반 단짝친구 수지와 명진이의 따뜻한 세상 이야기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과 놀고 싶고 공부할 것도 많은 나이다. 충현고등학교 2학년 박수지(사진 왼쪽), 전명진 (사진 오른쪽).

그런데 수지와 명진이에게는 이보다 더 특별한 일들이 있다.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노인요양센터와 보건소에서 독거노인들을 돌보고 어린이집에 가서 청소도 한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서 다닌다.

“저희가 어느 노인정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는데 다른 학교 아이들이 할머님들께 예의없이 구는 것을 봤어요. 그런 마음으로 왜 봉사를 해요? 점수 따려고 하는 건 싫어요.”

수지와 명진이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때가 가장 부끄러웠다고 말한다.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게 봉사라는 것을 이미 깨달은 지 오래다. 아직은 철부지 여고생 같지만 밝고 서글서글한 성격에 어려운 사람들의 자존심에 행여 상처를 줄까 배려하는 신중함이 엿보인다.

명진이는 노환으로 편찮으신 친할머니를 수발하면서 주변의 딱한 이웃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아주 일찍부터 명진이는 진로를 정했다.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힘들고 험난한 길이지만 잘할 수 있다는 당찬 소녀다.

수지는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작했다가 형식적인 게 싫어서 하게 됐다. 수지의 꿈은 스튜어디스나 비서가 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멋있단다.

수지와 명진이는 중학교 때 방황을 했었다. 공부하기 싫었다. 이제 그들은 또 다시 후회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수지와 명진이의 담임 이경수 선생님은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학교생활도 적극적이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데다 어른들도 하기 어렵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기꺼이 이웃을 돕는 제자의 모습이 사랑스럽지 않은 스승이 어디 있겠는가. 선생님은 수지와 명진이가 자존심을 갖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전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혼자 사는 할머니가 친손녀 대하듯 손을 잡아줄 때, 어린이집에서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 나오려는데 아이들이 헤어지기 싫다고 매달릴 때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봉사는 남을 위해 일하고 노력하는 것이고 사회를 이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이라며 작은 손길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에 행복하다는 수지와 명진이. 이 친구들은 오늘도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려는 따뜻한 가슴으로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행복을 만들어가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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