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판] 정용연 광명시의회 의장

어려운 가정형편에 머슴살이, 신문배달, 구두닦이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는 그는 한 푼 한 푼 모은 돈과 기술로 모자공장을 차려 자수성가를 했고, 2010년 시의원에 당선돼 현재 광명시의회 의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다. 사실 그는 기존 정치판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겸손하면 무시당하고, 과장되게 포장해 과시하지 않으면 만만하게 보는 정치판의 관행상 스스로 몸을 낮추는 그는 늘 손해만 보는 답답하고 어리바리한 사람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졸업장이 정규학력의 전부인 그는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어쩌면 평가 절하될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그에게 말한다. 정치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약삭빨라야 하고, 모자란 점은 드러내지 말라고. 그러나 그는 솔직하게 정면돌파하는 쪽을 택했다. 이번 호 <판>에서는 겸손하지만 소신을 내세울 줄 알고, 손해 볼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정용연 광명시의회 의장을 만나본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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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연 광명시의회 의장 @사진=광명시의회
호남 일변도의 민주당 달라져야 .. 향우회로 뭉치기보다 광명사람으로 화합하자

정용연 의장은 자신 역시 호남 출신의 민주당 시의원이지만 민주당이 호남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작은 기득권을 지키려고 출신 지역을 나누는 영-호남식 지역대결구도에서는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감정이 사라져야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비단 정 의장만의 생각일까. 많은 이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대놓고 하지 못했던 말, 그의 직설적인 발언은 지역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이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정치생명과 직결되는 무모한 발언이라는 우려와 비난 속에서도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그의 발언에 거부감을 가졌던 이들도 이제는 그 말에 공감한다.

“14살 때 상경해서 구두를 닦고, 신문을 돌리고, 공장에서 일하면서 고향이 전라도라는 이유로 짓밟히고, 멸시를 당했어요. 그런 차별이 두려워서 전라도 사람이라는 것을 속이는 사람도 많았죠. 이런 불평등한 구도를 바꾸려면 호남사람들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호남사람들은 타 지역과는 달리 많은 아픔을 딛고 여기까지 왔어요. 그만큼 억울함을 당했기 때문에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유난히 잘 뭉치죠. 그러나 잘못 뭉치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호남사람들이 고향을 중심으로 뭉칠수록 다른 지역출신의 사람들과 섞이지 못해 고립될 수밖에 없고, 지역감정도 심해질 수밖에 없어요. 팔도가 하나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호남사람들이 먼저 달라져야 합니다. 부당한 지역차별 때문에 누구보다도 억울하고 힘들었던 호남인들이 먼저 지역감정 철폐에 앞장서서 무장해제하는 것이야말로 타지역 출신의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지역감정 없는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영남, 호남, 충청, 강원 등 모든 향우회 행사의 공식석상에서 "향우회를 중심으로 뭉치는 것을 지양하고, 광명을 중심으로 화합해 지역감정을 없애자"고 주장했었다. 광명에서 필요한 것은 여야와 출신지역의 구별이 아니라 광명사람으로 하나돼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의도였다.

학력은 콤플렉스인 동시에 소중한 자산

정 의장이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은 이유는 자신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였다. 학벌이 좋지 않아도,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어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못다 한 공부는 그를 따라다니는 콤플렉스인 동시에 빈곤을 이기며 삶의 노하우를 배우게 한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학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학력이 낮으면 부족한 사람으로 보고, 무시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드니 아직 스스로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거겠죠. 그렇지만 초등학교 졸업장은 어머니의 피와 땀으로 얻은 훈장과도 같아요. 어머니는 소작농 생활로 4형제를 홀로 키우시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되던 해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는 제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입니다.”

광명시-광명시의회 파트너이자 견제자로 상생해야

정용연 의장은 광명시의회가 시 집행부의 파트너이자, 견제자로서 상생차원에서 광명시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야에 상관없이 화합하는 의회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작년 의장단 선거에서 불거진 의회 내부의 갈등을 아직도 봉합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초선으로서 리더십 부족이라는 비판도 달게 감수하지만 동료 의원들에게도 감정적 대립에서 벗어나 의원으로 재임하는 동안 서로 힘을 모아 의미있는 의정활동을 하자고 당부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의원 개인의 독자적 행동보다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필요하고, 시 집행부는 시의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장으로서 가장 큰 오점은 '도시공사 무기명 투표'

그는 의장이 되고나서 자신의 가장 큰 오점으로 ‘도시공사 조례안 무기명 비밀투표’를 강행했던 것을 꼽으며 스스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던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인간적으로 많이 고민해서 시 집행부의 뜻을 수용했지만 양심에 꺼리고 떳떳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한다. 그는 “광명시 집행부가 지난 3년간 벌여놓은 사업을 잘 마무리할 시기”라면서 “도시공사는 이제 차기 집행부가 판단할 문제로 넘겨야 한다”고 충고한다.

말만 앞서는 정치인되고 싶지 않아

이것도 해주겠다, 저것도 해주겠다 현란한 공약들을 말하는 정치인들은 많지만 정용연 의장은 말이 앞서는 정치인이 되고 싶지 않다. 예산의 효율성과 우선순위를 살펴 혈세낭비를 막고,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시의원이 할 일이라 여긴다.

요란한 구호가 아니라 진정성을 가진 사람, 번지르르한 겉모습이 아니라 속이 꽉 찬 사람, 약자에게는 약하고, 강자에게는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 겸손하고 신중하게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잘못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 이것이 정치인이기에 앞서 인간 정용연을 더욱 빛나게 하는 매력이다.

**프로필 : 1960년생, 광명시의회 의장(현), 소하초 운영위원장(전), 소하중 운영위원장(현), 광명시 족구협회장(전), 모자 디자이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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