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빵점 아빠' 윤승모 경남기업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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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승모 경남기업 부사장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으로 20년 기자생활을 마감하고, 중앙대 겸임교수를 역임한 후 최근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인 ‘경남기업’ 부사장으로 영입된 윤승모. 언론인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한 그는 누가 뭐래도 사회적으로 성공가도를 걸어온 사람이다. 사실 그를 만나려 했던 건 나이 오십줄에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던진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 윤승모를 해부하고 싶어서였지만 일단 편하게 술 한잔 하자며 새벽 6시에 출근해 자정이 돼야 집으로 돌아온다는 그를 불러냈다. 그런데 눈치 없는 그가 앉자마자 군대 간 아들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다. 사실 아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만 열아홉도 안된 아들을 해병대에 보낸 황당한 아버지란 걸 얼핏 알고 있었던 터였다. 남자들은 젊어서는 무용담같은 자기 군대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이가 들어 ‘아버지’가 돼서는 자식을 군대 보내며 스스로 돌아보고 성장하는걸까. 갑자기 경남기업 부사장 윤승모보다 빵점아빠 윤승모가 더 궁금해졌다.

‘그래! 너 한번 세상에 나가서 호된 맛을 봐라’
그는 이런 생각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들을 훈련 빡세기로 소문난 해병대에 보낸 모진(?) 아빠다.

공부 안하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 대학진학도 어려워 탐탁치 않았던 아들에게 그는 이왕이면 해병대를 가라 했고, 아빠 말을 지지리도 듣지 않던 아들은 어쩐 일인지 아빠 말을 들었다. 해병대를 지원한 후 인터넷에서 해병대를 검색한 아들은 “왜 내가 해병대를 가야 되냐?”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는 후문이다. 아직 어렸던 아들은 해병대가 어떤 곳인지 몰랐던 것이다.

호된 맛을 보라던 아빠는 막상 머리를 깎고, 입대하는 아들의 뒷모습에 눈물이 핑 돈다. ‘아들이 부모와 떨어져 처음으로 겪는 군대가 얼마나 불안하고 외로울까. 아직 만 열아홉살도 안됐는데’라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군대에 적응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겪어 본 사람은 안다.

아들을 보내고 돌아서면서 그는 훈련병 아들을 위해 7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편지를 썼고, 아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해병대 훈련병 아들에게’라는 에세이집까지 펴냈다.
“생각해보니까 아들에게 했던 말이 ‘너 공부 좀 해야 되는거 아니냐?’, ‘고등학교 졸업하면 독립해라’라는 것 밖에 없더라고요.”

대학 80학번인 그는 그 또래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하듯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에만 매달려 살아왔다. 아내와 다정한 시간을 가져본 것도 드물고, 두 아들과 터놓고 대화해 본 기억도 별로 없다. 아빠의 변화는 아들에게도 의외다. 아들은 말한다. “아버지가 저를 사랑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작년 4월 입대한 아들은 이제 상병이 됐고, 군대에 완벽히 적응했다. 솔직히 말해 무뚝뚝한 부자가 편지를 통해 살갑고 다정한 부자가 된 건 결코 아니다. “예전에 별일없냐고 물으면 별일 있든 말든 뭔 상관이냐던 말투가 이제 좀 부드러워졌죠.(웃음)”

빵점 아빠와 철부지 아들은 같이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인류 보편의 휴머니즘을 서로의 부재를 통해 확인하고 소통한다.

그는 아들에게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을 두고 '고독한 결단'이란 말을 하는가 보더라. 그렇단다. 결국 자기 혼자 판단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단다. 심지어 부모들도 옳은 조언을 해준다는 보장이 없다. 아들아. 앞으로 네 앞에 수많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 51대 49의 선택이란다. 어떤 선택을 하든 49는 잃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49가 100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100일 수도 있다. 아들아. 어느덧 너도 혼자서 자기결단이라는 힘든 과제를 떠안아야 할 상황에 처했구나. 안쓰럽지만, 자기결정을 하게 되면 신중하게 생각하되 주저하지 말거라. 힘들어도 혼자 견딜 수밖에 없고 그렇게 견딤으로써 성취감을 맛보는 성인의 인생살이가 시작된 것이란다. 언젠가 겪어야 할 과정. 이를 악물고 버티고 성취감을 맛보거라. 그런 경험이 너의 인생을 바꿔줄 것이다. 아들아 힘내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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