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독자에게] 상처만 남긴 네거티브 선거

상대후보인 새누리당 전재희 후보를 겨냥해 욕설을 연상케하는 현수막을 걸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민주통합당 이언주 후보의 대처법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당초 기획사에서 만든 것이라 캠프에서는 정확히 어떤 문구였는지 몰랐다던 이 후보 캠프측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냈다. 해명의 요지는 자신이 선거유세기간 내내 ‘18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었고, 한명숙 대표도 지원유세에서 ‘전재희 18년 장기집권’이라고 했으며, 전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18년전 광명시장으로 부임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선거 초반부터 자신이 쭈욱 써온 말이라는 변명이다.

실제로 전재희 후보는 18년전 광명시장으로 부임했지만 광명에서 공직을 가지고 있었던 기간은 13년 6개월이고, 나머지 기간은 집권과는 전혀 상관없이 살았다. 굳이 따지자면 18년 집권이 아니라 13년 6개월 집권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13년 6개월이든 18년이든 20년이든 햇수의 문제는 접어두고서라도, 많은 시민들이 이 후보의 현수막에 쓰여져 있는 ‘전재희 18년’이란 문구를 보며 욕설을 연상하고, 아이들이 볼까 겁난다고 말한다면 이런 오해가 왜 불거졌는지부터 먼저 생각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도리다.

이런 상황은 이 후보측이 당초 공약을 중심으로 했던 현수막을 떼고, 상대후보를 깎아내리려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인해 벌어졌다. 물론 선거전략이야 후보 캠프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만 자신이 왜 당선되어야 하는지 알리기보다 상대후보를 아웃(OUT)시켜 달라는 것이 우선이 되면 정책은 실종되고, 비방은 난무한다. 지역에 계속 남아있어야 하는 이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분열된 지역사회가 봉합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네거티브 선거다.

물론 광명시민의 100%가 이 현수막에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시민들이 같은 여성이자, 정치선배를 겨냥해 '13년 6개월'을 굳이 ‘18년’이라고 표현한 것에 불쾌감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고, 상대후보를 깎아내리려는 의도적인 이미지 마케팅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많은 네티즌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수천건의 글을 올리며 문제점을 말했고, 이언주 후보를 걱정하는 페친(페이스북 친구)들 역시 현수막을 철거하라고 충고했지만 듣지 않았다.

적어도 책임감을 가진 공인이라면, 자신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이런 사회적 물의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대처했어야 했다. 그것이 스스로 젊다고 하면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하던 국회의원 후보로서의 올바른 자세였다. 비록 당이 다르고, 경쟁상대이며 선거기간 내내 전재희 심판을 외쳤더라도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 최소한의 배려를 하는 것이 인간적인 예의다.

패기는 오기가 아니다. “오해가 생길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 광명시민들과 상대후보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면 죄송하다, 앞으로 잘하겠다” 정도의 깔끔하고 쿨한 입장정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현수막 논란을 보면서 광명의 싱싱한 에너지가 되겠다고 광명으로 내려 온 후보가 ‘여자 김용민, 제2의 김용민’으로 불리게 된 것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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