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선 전자파로 죽어가는 원광명마을

지난 호 이야기

원광명마을주민들이 영서변전소 고압선에서 나온 전자파로 고통을 호소하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뇌졸증, 폐암, 심근경색, 혈류암 등으로 11명이 사망하고 현재 치료 중인 환자도 15명에 달한다. 이 마을의 한 내과의원은 원광명마을이 유난히 두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많다며 법정에 증인으로 출두할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정작 한국전력에서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광명시 역시 지중화 사업비를 한전에서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법적인 근거가 있지만 한전에 이를 강력히 촉구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당국의 무관심으로 주민들만 고통받고 있는데..

                      ▲ 원광명마을주민들은 영서변전소       고압선 전자파로 죽어가고 있다. 사진은 원광명마을주민대표 김석산 할아버지.
▲ 원광명마을주민들은 영서변전소 고압선 전자파로 죽어가고 있다. 사진은 원광명마을주민대표 김석산 할아버지.
원광명 마을 주민들은 광명 토박이들이다. 조상 대대로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다. 지금은 경륜장이 들어서면서 농사 짓던 땅도 없어졌고 남의 밭에 가서 농사를 지어주거나 공장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다들 살아가기 빠듯한 형편이다.

그래도 예전엔 공기 좋고 물 맑아 건강하고 잔병치레 없던 마을이었다. 원광명마을이 지금처럼 흉물스럽게 변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은 영서변전소 때문이다.

소름 끼치도록 혐오스럽게 고압선이 마을 상공을 가로 지른다. 고압선 밑에 350명의 광명 토박이들이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 자식들은 대개 분가를 시켰다. 노부부 혹은 독거노인들이 유난히 많고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깊게 패인 주름과 심줄이 툭툭 불거져 나온 손목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자식들이 보고 싶지만 행여 변전소 때문에 자식들 건강에 해가 있을까 두려워 아예 오지 못하게 한다.

세상 물정 모르던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변전소가 들어온다고 해서 마을이 발전하는 줄로만 알았다. 영서변전소가 이 마을에 세워진 것은 1978년. 변전소가 들어섰고 순박한 시골 촌로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함께 웃고 울던 이웃들은 하나 둘 원인도 모를 백혈병, 암, 뇌경색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아주 쉽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고압선 전자파로 고통을 겪고 있으면 다른 데 가서 살면 된다고, 나 같으면 그런 곳에서는 죽어도 못 살것 같은데 정말 미련한 사람들이라고.
그렇지만 이 미련 곰퉁이같은 원광명 마을 사람들은 절대로 고향을 떠날 수 없다. 아버지가 살았고, 할아버지가 살았고,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살아 온 고향 땅을 버리고 객지에 나가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원광명 마을 사람들이 목숨보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광명은 과연 이들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 자식들이 보고 싶어도 오지 못하게 하는 원광명 마을 노인들의 가슴 앓이를 누가 알까. 이제 평생 살아 온 고향 땅 광명에서 편안하게 죽고 싶다는 이 소박한 꿈이 왜 자꾸만 커 보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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