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등단한 광명시청 도시개발과 박치원 팀장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광명시에서 30년간 공직에 몸담고 있는 광명시청 도시개발과 박치원 도시개발팀장. 문학과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조금은 딱딱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그가 어느 날 ‘시인’으로 등단했다는 사실에 동료 공무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놀라움과 신기함 그 자체였다.

                                                                                   ▲ 시인으로 등단해 화제가 되고 있는 광명시청 도시개발과 박치원 팀장
▲ 시인으로 등단해 화제가 되고 있는 광명시청 도시개발과 박치원 팀장
‘어머니의 가방’. ‘재봉틀과 가위’ 등 어머니를 향한 애잔한 마음을 표현한 시가 문예계간지인 ‘한국작가’의 공모전에서 선정돼 시인으로 등단한 것. 그의 시에는 작년 10월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요양원에 입원하게 된 팔순 모친에 대한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누구나 느낄 수 있도록 시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수필가로 주옥같은 글을 써오신 어머님께서 등단 소식을 아시면 기뻐하실텐데...” 그는 아픈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박치원 팀장이 시인으로 등단하기까지에는 ‘가족’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다. 30년 전에 이미 어머니는 수필 작가로 등단했고, 2008년에는 아내가 수필작가가 됐다. 원광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로 재학 중인 아들은 작년에 LH 문학상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했다. 가족 중에서 그는 꼴찌로 문학세계에 첫발을 들인 셈이다.

박 팀장은 3년 전 당뇨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들이 가져다 준 신경림 시인의 ‘시인의 찾아서’,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을 읽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스스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틈틈이 시를 쓰다가 아내의 권유로 올해 신인작가 응모에 도전하게 됐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뒤를 돌아보게 되는데 시를 통해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정화가 되니 시를 쓰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에게 시는 내면세계의 표출이자,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비타민과 같은 존재다.

“고흐가 미술을 배워서 화가가 됐나요? 시도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한번쯤은 느껴보았을 우리네 소박한 삶의 이야기들을 압축된 언어로 표현하며,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언젠가 ‘공무원 박치원’보다 ‘대한민국의 대표 시인 박치원’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날이 오게 될까. 그의 아름다운 늦깎이 도전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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