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논쟁에만 치우친 도시공사..근본적 논의 이뤄져야

“보금자리는 빼고, 역세권 쪽만 하기로 했다. 역세권도 SPC가 안되면 개발사업은 아예 포기하고, 시설관리기능만 하며, 공사채는 절대 발행하지 않겠다”

최근 광명도시공사 설립조례안이 시의회에서 부결되자, 광명시가 입장을 수정해 이런 내용의 공청회를 하겠다고 밝히며 12월 조례안을 다시 시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나섰다. 시의회 심의에서 보금자리 사업의 불확실성이 지적되고, 공사채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그런 문제점을 보완했으니 도시공사를 설립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절충안인 셈이다.

그러나 광명시의 이런 행태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광명시가 도시공사를 추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은 공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아니라, 광명에 왜 도시공사가 필요한지 제대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보금자리가 문제되니 보금자리를 즉각 빼고, 공사채의 부작용이 언급되자 공사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식의 광명시의 대응은 양기대 시장과 담당공무원들이 과연 광명의 미래를 생각해 도시공사를 깊이있게 고민한 것인지, 아니면 시장이 도시공사를 만들고 싶어하니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의 경솔한 발상이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도시공사의 주기능은 도시개발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불가능한 법적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지방공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러니 광명시가 도시공사를 설립한 후 개발기능 없이 시설관리만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그렇다면 왜 굳이 도시공사를 만들려고 발버둥치냐는 논란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자면 광명시는 도시공사 설립에 관한 논쟁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광명시는 도시공사가 설립되면 역세권과 보금자리 개발사업에 참여해 분양수익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말하기에 앞서, 광명에 도대체 어떤 문제점들이 상존하기에 도시공사가 필요한지부터 설득했어야 했다.

이런 점이 간과된 도시공사 논쟁은 공사 설립 후에 수익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귀결됐다. 광명시는 역세권 개발을 위해 도시공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도시공사가 없으면 역세권 개발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SPC 사업이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폭 축소되고 있는 마당에 광명시가 용역결과를 토대로 주장하는 장밋빛 분양수익을 고스란히 믿을 사람은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광명시는 명분도 설득력도 약했고, 도시공사를 접근하는 방법부터 잘못됐다. 구구단도 외우지 못하면서 미분과 적분을 풀겠다고 앉아있는 꼴이다.

도시공사는 영리만을 추구하는 사기업과는 다르므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도시공사의 설립 명분을 찾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광명도시공사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잘못된 것을 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찬반 여부는 차치하고, 이 시점에서 도시공사는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다.

도시공사 설립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양기대 시장이 임기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기적 사업 몇가지로 도시공사를 설립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광명에 도시공사를 왜 설립하려고 하는지 시장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광명의 미래 청사진을 만들어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점들은 무엇인지, 광명시에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직시하고, 당장의 이득보다 미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에 가치를 두는 지혜로운 리더가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이 망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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