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기대 시장, 구체적인 공약실천계획 내놔야

“...4.27 보궐선거를 보고 민심의 무서움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행정의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면 냉혹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합니다...저는 취임 이후 직원 여러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자율성과 책임의식을 강조해 있습니다. 관행과 타성에 젖어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중심적으로 멋대로 처신하는 공무원도 생기고 있습니다. 공직기강이 해이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많이 받습니다...”

양기대 시장이 지난 5월 초 월례조회에서 광명시 공무원들에게 한 훈시 중 일부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전국 기초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약실천계획 평가에서 광명시는 낙제인 D등급을 받았다. 광명시민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궐선거를 보고 민심의 무서움을 깨달았고, 취임 이후 신뢰와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강조해왔다고 말하던 양 시장을 정작 들여다 보았더니 자신의 약속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 조차도 시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등한시하고, 유권자와의 신뢰를 깨뜨린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정치인의 약속실천과 거짓말을 검증하는 운동이다. 공약을 실천하고, 실천과정을 소통하는 것은 당선자의 의무이고, 유권자의 공적인 권리다. 바꿔 말해 당선자가 매니페스토를 성실히 실천하지 않는 것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위다.

더욱이 D등급으로 평가된 후, 뒤늦게 광명시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약실천계획서에 시민들은 또 다시 실망한다. 매니페스토 실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예산, 연차별 혹은 분기별 추진계획조차도 게재되어 있지 않은 공약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타지자체의 경우 이런 내용을 포함해,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거나 불가능한 공약일 경우 문제점과 대책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양 시장의 공약실천계획서는 너무 추상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약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실천계획 자체가 구체적이지 못하고, 부실하다는 논란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민선 5기 양기대 시장이 취임한 지 벌써 11개월이 지났다. 취임 직후 “6개월만 지켜봐달라”던 허니문 기간은 이미 끝난 지 오래다. 시민사회에서는 취임 1년에 즈음해 시장의 공약과 정책들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슬그머니 누락된 공약은 없는지, 실천가능한지 지역사회의 꼼꼼한 검증절차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양 시장은 공약실천계획을 시민들에게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시장으로서의 본분이고,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는 길이다. 매니페스토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고, 국민적 요구다. 이를 위해 양 시장은 진중하게 지역을 공부하는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양 시장이 그토록 우려하는 공직사회 기강은 지역을 많이 공부한 기본이 탄탄한 리더가 함께 가야 할 길을 명확히 공무원들에게 제시할 때 바로 설 수 있다. 이런 노력이 없으면 지역은 흔들리고, 시장은 ‘D등급 시장’으로 전락한다.

중앙당의 바람에 의해 지역 정치인들의 당락이 좌지우지 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양 시장은 선거에서 얻었던 득표율을 개인적인 지지율로 혼동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된다. 민심은 기대할 가치가 없는 정치인에게는 언제라도 싸늘하게 등을 돌리기 마련이다.

양 시장이 월례조회에서 공무원들을 모아 놓고 직접 했던 말을 인용해 그에게 당부한다. ‘민심은 무섭다. 치적쌓기용 전시행정, 주먹구구식 예산편성, 선심성 약속 남발과 같은 기존 정치인들의 관행과 타성에 젖어 본분을 망각하고,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면 반드시 냉혹한 평가가 기다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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