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했던 개발, 이제 정책 신뢰성 보여줄 때

가학폐광산을 광명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겠다는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구상은 이미 1999년 백재현 시장 때부터 되어왔고, 이어 이효선 시장 시절에도 논의되다가 민선 5기 양기대 시장에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양 시장이 가학폐광산을 디즈니랜드에 버금가는 ‘동굴랜드’로 개발하겠다는 것 역시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가학폐광산은 1912년부터 1972년까지 은, 동, 아연 등을 채광한 광산으로 해발 180m에서 해발 -95m까지 깊이 275m 총 8레벨로 구성되어 있다. 총연장 7.8km, 동굴의 넓이는 2~5m, 높이는 1.5m~4m로 동공이 약 50여개 있는 수도권 유일의 금속 폐광산으로 개발가치 역시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경기도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휴, 폐광산 활용방안 연구용역’에서도 가학폐광산이 동굴체험관광시설로 개발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게 지역 정치인들이 앞다퉈 “개발하겠다”고 말했고, 개발 필요성도 인정됐지만 아직 가학폐광산은 별반 달라지지 못했다. 그린벨트의 한계와 수익성 문제로 민간자본들은 투자하지 않았다. 광명시는 개발을 절실히 원하고 홍보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론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가학폐광산 문제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폐광산 개발은 선거 출마자들의 단골 공약이 되었고, 이제 시민들은 그 말을 선뜻 믿지 않는다.

현재 광명시는 47억원의 예산을 들여 광산 부지를 매입했고, 동굴에 대한 안전진단과 기본계획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수익성이 있는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그린벨트내에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국토해양부, 경기도 등의 협의를 거쳐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는데에만 적어도 2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런 복잡하고, 까다로운 상황이 있기 때문에 양기대 시장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민선 5기 양 시장의 재임기간에 가학폐광산을 본격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 양기대 시장이 가장 먼저 할 일은 가학폐광산 개발의 가능성을 정확히 타진하고, 탄탄하고 내실있는 기본계획을 만들어 개발을 저해했던 규제들을 풀어가는 것이다. 레알바이크, 와인저장고, 케이블카를 만들겠다고 언론에 홍보하기에 앞서, 민간자본이 적어도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달할 수 있는 막대한 사업비를 투자하고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사업에 참여하도록 기반부터 차근차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언론플레이보다는 묵묵히 바닥부터 깔아야 할 단계다.

사람들은 정치인들의 실천력없는 장밋빛 공약을 혐오한다. 정치인의 반짝 홍보용으로 광명시의 큰 정책들이 하루아침에 생겼다 사라지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간혹 정치인들은 후일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 자신의 치적부터 내세우려고 홍보부터 먼저 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광명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음악밸리는 애당초 법적 검토가 미흡했던 것으로 판명돼 없던 일이 됐고, 숭실대 유치문제 역시 MOU와 기본협약을 체결하고 떠들썩하게 언론플레이만 하다가 흐지부지 무산됐다.

자칫 잘못하면 양 시장도 이런 전철을 밟아 본인이 의도와 상관없이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오랜 세월동안 말로만 떠들었던 가학폐광산 개발, 이제 실천하면서 정책의 신뢰성을 보여줄 때다.

저작권자 © 광명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