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약속 지켜야…측근들은 빠져주는 것이 도리다

양기대 시장의 개입논란으로 파문이 일었던 광명시생활체육회 회장선출사태가 조상욱 현 생체 회장이 회장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조 회장은 사퇴의 전제조건으로 ▲생활체육회 직원 체불임금 즉시처리 및 직원신분보장 ▲생활체육회 정관에 의한 공정한 총회개최 보장 ▲차기 생활체육회장의 임기보장 등 3가지를 내걸었으며, 양 시장과 단둘이 만난 자리에서 시장의 약속을 받아냈다. 이를 반영하듯 기자회견장에도 양 시장이 참석해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양 시장은 그토록 대립했던 조 회장과 뜨거운 포옹까지(?) 했다.

조 회장의 사퇴는 사퇴 당일 연임이 확실시되던 대의원 총회를 몇 시간 앞두고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시장과 생체회장이 대립각을 세우다가 이제와서 소통과 화합을 말하는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고, 그 뒷배경에 사람들의 궁금증도 크다. 양기대 시장은 생체회장이 사퇴압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임할 경우 지역내에서 정치적 타격이 클 수 밖에 없고, 생체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예산문제 등으로 시와 계속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이 점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그 명목으로 소통과 화합을 들고 나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은 당연하며, 두 사람은 이런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두 사람의 개인적 고민과 지역내 비판은 차치하고, 어쨌든 양 시장이 이제라도 생체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생체 문제는 온전히 체육인들의 몫으로 넘어왔다. 생체 사태는 시장이 바뀌면서 임기가 남아있는 생체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며 시작됐다. 표적감사 논란도 제기됐고, 매년 시 예산으로 지원되던 생체 직원들의 인건비는 책정되지 않았다. 회장선출과 관련해 시장과 시장측근들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들이 하나둘씩 폭로되면서 생체 사태는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했다. 이런 점에서 양 시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쉽게 생각했던 생체 문제는 지난 9개월간 시장 본인에게도 많은 타격을 입혔고, 지역사회에도 혼란을 야기했으며 급기야 시장이 생체 회장의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장에 나와 소통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사람들의 눈과 귀는 양 시장이 조 회장과의 약속을 이행하는지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공언한 이상, 양 시장은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생체 사태는 화합이 아니라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몰고 오고, 향후 시장직을 수행하는데에도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 자명하다.

양 시장은 민간단체인 생체의 차기 회장으로 누가 되느냐에 결코 개입하려 해서는 안된다. 차기회장의 임기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측근이라 자처하는 이들의 자리싸움으로 혼란이 야기되는 것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이들의 경솔한 행동은 결국 이를 단속하지 못한 시장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또한 시장 측근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 욕심을 채우려 하지 말고, 스스로 알아서 조용히 빠져 주는 것이 도리다. 측근들이 자리 욕심에 너도나도 설쳐대면 비난의 화살은 다시 양 시장에게로 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체 역시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애매한 정관을 명확하게 개정하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며, 체육인 스스로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생체 사태는 원칙을 지키지 않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사람을 바꾸려는 관행이 얼마나 지역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고, 많은 메시지를 던졌다. 소통으로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것이 ‘정치적 쇼’가 아니길 기대해본다.

시장은 지난 9개월간 생체 사태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생체 사태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이 원칙과 명분을 가진 신뢰할 수 있는 리더로서 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며, 그동안 논란이 되어 온 측근 문제를 정리하는 전환점임을 양 시장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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