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승봉 교육복지실현시민모임 대표

지금 광명을 비롯한 강원-경기도의 6개 지역의 민심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10년이나 노력해온 고교평준화가 교육과학기술부의 반대로 좌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교과부의 6개 지역 평준화 요구에 대한 보류방침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동안 평준화를 위해 일해 왔던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담당부서와의 면담, 기자회견, 시위, 국회의원들의 장관면담을 통해 고교평준화를 위한 교과부령의 즉각 개정을 요구해왔다.

광명, 안산, 의정부에서는 지난 10여 년 간 지역민들의 민의를 모아 평준화를 요구해 왔다. 경기도교육청은 2009년 5월에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평준화 정책 효과 분석, 평준화 도입 타당성 연구, 여론 조사, 공청회, 정책 검토, 해당 지역 자문위원회 보고,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보고 등의 절차를 거쳐 세 지역을 고교평준화 지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년 6개월 동안 진행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근거에 기초하여, 도교육청은 2010년 10월 14일에 2012년부터 광명, 안산, 의정부지역에서 고교평준화를 실시하겠다는 발표를 하였고, 이어 행정 절차 상 필요한 관계 법령(교육감이 고등학교의 입학 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규칙, 교육과학기술부령 제900호, 제2조 8호)에 대한 개정을 교과부에 신청하였다.

하지만 교과부는 교육 다양성에 대한 역행, 학부모 선택권 제한, 지역 인재 유출, 타지역 우수교 입학을 위한 사교육비 증갗 등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논리로 3개월 가까이 교과부령 개정을 미루었으며, 1월 25일 요청서를 반려함으로 지역민의 숙원을 짓밟았다. 이번 교과부가 요청서를 반려한 주된 근거는 학군 및 학생 추첨배정 방식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학군 설정, 학생 배정 방법 등은 평준화 시행의 전제조건이 아닌데도 교과부 마치 그 전제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과부령이 개정되면 도의회가 학군을 고시하고, 이후 학생 배정 방법을 확정해 고시하도록 돼 있다. 2002년 경기 7곳, 2005년 전남 3곳, 2008년 포항에서 고교 평준화를 시행할 때도 이런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 경기교육청은 “교과부가 적절치 못한 사유로 거부하는 것은 지방교육자치 훼손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법적 대응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월 27일 오후1시. 2012년 평준화 시행을 요구해온 경기도, 강원 6개시(광명시, 안산시, 의정부시, 원주시, 춘천시, 강릉시) 학부모들은 교과부 앞에 집결해 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2시간여 동안 집회를 진행했다.

학부모들은 이주호 장관이 지난 2006년 6월 23일 당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학부모 모집 권한은 교육감 소관이라고 밝혔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지금에 와서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맞는지 반문했다.

학부모들은 도 교육청들이 정당한 법적 절차를 통해 평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임에도 교과부가 이를 거부하는 것은 지역 여론을 무시하는 ‘생트집’이며, 진보 교육감에 맞서는 정치적 판단으로 교과부 장관의 그릇된 개인적 소신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교과부 차관을 면담하고 나온 김상곤 교육감은 교과부의 반대 이유에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교육감이 가진 권한을 통해 교육자치 침해 여부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신문 기사 발췌)

지금 광명시의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자녀들을 둔 가정은 혼란에 휩싸여 있다. 2012년 평준화를 대비하여 이사도 포기하고, 입시준비를 위한 학원도 줄이는 등 평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그런데 지금 교과부는 이런 기대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 지난 10년간 고교평준화를 염원하며 지역을 지켜왔던 학부모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에 광명지역 16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고교평준화와교육복지실현시민모임(경실련, 만남의집, 여성의전화, 광명생협, 교육연대, 교육희망네트워크, 새누리연대광명지부, YMCA, 참여시민네트워크, 청소년공부방청보리, 어린이도서연구회, 전교조광명지회, 공무원노조광명지부, 보건의료노조성애지부, 농협노조광명지부, 민주노동당광명지역위원회)은 27일 오전 광명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과부령을 즉각 개정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2012년 고교평준화가 교과부의 방해로 좌절될 겨우 그 모든 책임은 이주호 장관에게 물을 것과 도교육청과 함께 법적대응 등에 나설 것을 결의하였다. 또한 향후 거리펼침막 홍보, 1인시위, 학부모 조직화 활동 등을 통해 고교평준화를 쟁취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래도 끝까지 교육부가 방해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고교평준화를 찬성하는 광명시민 78%의 힘을 보여줄 것을 경고하였다.

고교평준화는 일개 장관의 소신으로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역민들의 대다수 지지와 10여년의 노력은 어떠한 논리로도 무시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 교과부령의 즉각 개정에 나서길 다시 한 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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