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군사타운-영등포 정차문제 해법은 '타이밍' 이다

광명-시흥 보금자리지구내 수십만평의 군사타운, 영등포역과 수원역에 KTX 정차확정 등 최근 광명은 굵직굵직한 현안에 있어 악재에 악재를 거듭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임으로 광명시는 사전에 말 한마디 못하면서 밀렸고, 광명시민들의 자존심이 바로 눈 앞에서 짓밟히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국토부의 영등포역 KTX 정차 발표에 양기대 시장이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광명역 정상화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중심으로 싸우겠다는 입장 발표는 뜬금없고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금 고속철 광명역과 관련된 일은 범대위를 다시 만들어 싸울 문제가 아니라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국토부를 압박해 광명역 정상화를 실행하도록 해야 하는 사안이다. 영등포역 정차반대는 2005년 범대위가 인근 8개시 시민들과 연대해 이미 88만명의 서명을 받았고, 이로 인해 전재희 국회의원 등이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영등포 정차계획의 백지화를 약속받은 일이다. 국토부의 최근 발표는 이런 약속을 어긴 무책임한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더 큰 문제는 이 발표를 국토부가 철회할 가능성이 없다는데 있다. 영등포와 수원에 고속철을 정차횟수를 늘린다는 것은 곧 광명역의 고사를 의미한다. 광명역은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인구를 흡수해 교통량을 분산시킬 목적으로 시발역으로 계획됐다. 4,068억원의 막대한 혈세를 이 곳에 투입됐다. 광명역 문제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국책사업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막대한 국민세금을 낭비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국토부는 전재희, 백재현 국회의원이 뒤늦게 항의하자 신안산선 조기착공, 복합환승센터 건립, 인천지하철의 광명역 연장, 광명역 시발열차 확대 등 예전부터 매번 말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던 단골메뉴들을 약속이랍시고 내놓았다. 이 약속이 정말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양기대 시장이 할 일은 범대위를 중심으로 싸우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토부가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도록 두 국회의원에게 강력하게 촉구하는 일이다. 양 시장은 광명 내에서 자신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두 국회의원들에게 국회에서 공개적인 입장 발표를 하도록 해야 하고, 국토부가 내놓은 약속을 빼도 박도 못하도록 공식화시켜야 한다. 이런 타이밍에서 양 시장이 범대위를 운운하는 일은 또 뒷북을 치면서 국회의원들의 책임 면피 기회만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범대위는 2004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로컬거버넌스였다. 지역사회의 많은 개인과 단체들은 국책사업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고, 광명시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힘을 보태 힘겨운 과정을 이기고 만들어졌다. 범대위의 결성은 광명역의 간이역 전락을 정치적 위기로 생각하고 쉬쉬하려 했던 지역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눈치를 보게 했고, 일하게 만들었다.

이런 범대위가 명분을 잃고 힘을 상실하게 된 것은 백재현 당시 시장(현 국회의원)의 정치적 욕심 때문이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조직이었던 범대위는 시 산하단체로 전락했고, 정치인들과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참여하면서 와해되었다. 이후 범대위에 대한 시 차원의 지원이 끊기자 범대위 집행부간의 사무국장 인건비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그렇게 범대위는 없어졌다.

이런 범대위의 역사를 안다면 양기대 시장은 범대위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 했던 기존 정치인의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된다. 이는 시민들은 욕보이는 행위이고, 시민들을 광명시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려는 처사다. 고속철 문제는 이미 할 일을 한 시민들에게 더 기댈 사안이 아니라 양 시장과 국회의원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고, 온전히 책임져야 할 일이다.

지금 시민들의 동력이 필요한 것은 보금자리내 군사타운을 막아내는 일이다. 시민들은 정치적 면피를 위한 이용대상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힘을 실어달라고 도움을 청하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군사타운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면 보금자리 요지가 아니라 외곽으로 옮겨야 하고, 광명시가 요구하는 자족시설용지 확대 등 다른 성과라도 얻어내야 한다. 시흥 쪽 일이라며 군사타운에 대해 침묵해 온 양 시장의 행태를 시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무능력한 시장'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양 시장은 감수해야 한다.

보금자리는 광명 따로, 시흥 따로의 문제가 아니다. 군사타운이 들어설 경우 예상되는 문제는 누구나 인지한다. 양 시장은 광명의 마지막 보루인 보금자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것이야말로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일을 하는데는 타이밍이 중요하고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리더가 어떤 머리를 쓰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리더가 능력이 부족하면 주변에 좋은 참모진을 두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

특히 광명처럼 지역 정치인들의 파워가 약하고, 보금자리 문제에 대해서 시장이 초대받지 못한 손님처럼 당당하지 못하게 국토부 담당공무원을 만나러 가는 광명시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시장이 감을 잡지 못하고 엉뚱한 일을 하면 지역이 망가지고 우스워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더 이상 연습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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