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문제는 치적 내세우기용이 아니다

양기대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나름 꽂혀 있는 첫 사업은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관내 23개 초등학교에 수위실(일명 ‘배움터 지킴이실’)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모 학부모 단체 관계자가 수위실을 지어달라고 하자 별 생각없이 대뜸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지요.

양 시장은 이를 위해 6억2천1백만원의 추경예산을 시의회에 상정했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학교 순찰을 강화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말합니다. 양 시장은 취임 직후 기자실을 방문해 자신의 첫 사업이니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시의회에서 예산이 통과되기에 앞서 마치 다 된 것인양 친절하게 보도자료도 발송합니다.

그러나 양 시장의 말처럼 수위실을 짓는다고 해서 학교폭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수위실이 있었고 철저하게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었지만 학교폭력과 왕따, 성폭력 사건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이후 학교는 지역사회와 하나가 되기 위한 차원에서 개방되었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을 가둬두고 문제를 숨기려고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학교-학부모-지역사회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아이들의 문제를 끊임없이 논의하는 장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양기대 시장의 발상은 일부 학부모들의 찬성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거꾸로 가는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의욕적인 첫 사업은 안타깝게도 지나치게 즉흥적인 전시행정입니다. 6억2천1백만원의 예산은 관내 23개 초등학교에 2,700만원씩 수위실 건축비를 배분하고, 각 학교당 1명의 자원봉사자(퇴직 공무원, 전직 경찰 등)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케 해, 1일 3만원(한달 25일로 계산)의 급여를 지급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만 근무하는, 고연령의 자원봉사자 1명이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 것인지, 만일 사건이 발생하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 답이 없습니다.

정작 학교에서도 수위실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아예 지어놓은 수위실이 방치되어 흉물로 될 것을 예상해 이동식으로 해달라고 합니다. 이동식으로 만들어 몇 달 후에는 창고로라도 활용하겠다는 계산입니다. 주는 돈이니 안 받을 수는 없다는 논리지요.

광명시 관련부서는 수위실 설치가 적극적인 행정이라고 해명합니다만 ‘적극적인 행정’과 ‘즉흥적인 행정’은 다르고, 학교출입을 하는 사람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광명시의회 문현수 부의장의 반박에 할 말이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 6명 중 한나라당 이병주 의원과 국민참여당 문현수 의원을 제외하고, 광명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는 민주당 의원 4명이 힘을 모아(?) 이 안을 일단 통과시켰습니다만 16일 예결위에서 예산이 통과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양기대 시장이 요즘 어딜 가나 지겹도록 하는 말이 그놈의 ‘소통’입니다. 아이들의 문제야말로 치적 자랑용이 아니라 근본 대책 마련을 위해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필요한 일입니다. 양기대 시장은 치적 내세우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조금은 느리더라도 더 신중해지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광명시장은 정당 원외 지역위원장과는 다른 자리입니다. 자칫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면 앞으로 4년간 이것도 해달라, 저것도 해달라는 사람들의 요구에 무조건 “네”, “네”만 하다가 뭐 하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실없는' 시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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