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 못한 국회의원…불법 묵인-치마폭 공천

인재를 얼마나 잘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달라지고, 지방자치의 성패가 좌우된다. 따라서 정당공천제 하에서 각 당은 유권자들에게 좋은 후보를 선 보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책임공천이다.

정당공천제하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 정치인의 어깨는 무거워야 한다. 자신을 뽑아 준 지역 주민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광명에서 관선, 민선 시장을 거쳐 3선 국회의원을 하고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임하는 ‘전재희 의원’과 시의원, 도의원을 거쳐 8년간 시장을 역임하고 국회의원이 된 ‘백재현 의원’은 지역에 대해 더욱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을 여러 번 뽑아 준 지역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원칙없는 공천과정은 광명시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고, 전재희-백재현 국회의원의 지역사회 입지를 좁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후보자들의 발걸음은 바빠졌지만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새로운 인재의 발굴을 외면한 채 민주당은 갈팡질팡하는 백재현 의원의 리더십 부재로 탈당 러시가 이어졌으며, 호남 출신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당내 경선을 택하면서 갑구는 후보 7명 중 다번의 순번을 받은 1명을 제외한 6명, 을구도 순번 가번이 모두 호남으로 채워졌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경선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대의원들에게 금품이 살포되거나 중대한 선거법 위반 행위로 검찰에 송치되는 후보자들이 속출하면서 선거 후 폭풍도 만만치 않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민주당의 수장격인 백재현 의원이 돈 경선이 치러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역시 공천과정에서 전재희 장관의 측근들에 대한 보은성 공천으로 후보들을 배치했다. 특히 라선거구 한나라당 공천자들의 경우 지역구민이 아니었다가 공천을 대비해 작년 11월과 올 4월에 각각 이 지역구로 전입한 것이 알려지면서 지역주민을 무시한 공천이라는 논란이 일었고, 구본신 현 시의원은 국회의원에 줄서기를 못한 죄로 명확한 이유도 없이 탈락했다. 그는 결국 공천의 부당함을 비판하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이로 인해 전재희 의원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지역을 등한시하며 국회의원 하나 없는 셈 친다는 비판과 함께 치마폭에서 공천이 아닌 ‘사천’을 행사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회의원의 개인적 충성맨들만 넘쳐나면 지역은 조악하고 책임지기 싫어하는 이들의 소굴로 전락한다. 2년 후에 유권자들이 모든 것을 망각한 채 다시 자신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는 두 국회의원의 무모한 자신감에 지역은 망가지고 있다. 지방선거의 주인공은 지역민들이지만 정작 주인공이 배제된 선거에 광명의 자치권은 실종되고 있다.

저작권자 © 광명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