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쌓기 혈안..강요하는 동장..시달리는 통장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내야 할 적십자회비의 강제 모금 관행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로용지로 세대별로 발송돼 자율납부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내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광명시의 경우에도 동별로 실적 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동별로 순위를 발표해 온 관행 때문에 일부 동장들이 통장들에게 강제로 적십자 회비를 걷게 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적십자회비 모금독촉을 받아 온 통장들은 광명시가 그동안 동별은 물론 통별로 리스트를 만들어 누가 내고 안냈는지까지 확인해 순위를 매겨왔다고 말한다.

소하1동은 모금건수 4,827건에 1,339만5천원으로 목표액을 미리 책정해 놓았다. 철산3동의 목표액은 2,808만원이다. 광명7동과 철산4동은 목표액을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목표 미달시 추가모금'을 한다고 공지했다. 이렇게 강제로 걷는 적십자회비는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개선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시민은 "적십자 회비가 좋은 일에 쓰는 모금인 것은 알지만 자율적으로 내야 하는 돈을 왜 통장이 와서 독촉을 하느냐"며 "기부자를 불쾌하게 만들면서까지 모금하는 행태는 잘못된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동장으로부터 독촉 압력을 받고 있는 통장들도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매한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장은 "동별은 물론 통별에 따라 모금액 실적의 순위를 매기고, 모금액이 적은 통의 경우 통장을 따로 불러내 독촉하기도 한다"며 "동장의 성향에 따라 각 동의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등수에 연연하는 동장들이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 광명지구협의회 유환식 회장은 적십자 회비가 강제로 모금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봉사단체일 뿐"이라며 "지구협의회에서 그 돈을 직접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일 열린 광명시의회 임시회 자치행정위원회 소관 행정지원과 업무보고에서도 강제모금되는 적십자 회비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문현수 광명시의원은 "시장이 동 방문 및 시민과의 대화에서 적십자 회비를 자율적으로 내도록 시정할 것을 지시했지만 일부 동장들에 의한 강제모금은 여전하다"며 "모금 실적으로 동의 순위를 매기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광명시청 안완식 행정지원국장은 "광명시 뿐만 아니라 경기도 내에서도 순위를 매기고 있다"며 "꼭 필요한 곳에 쓰이는 회비이니 이해해 달라"고 말끝을 흐리며 난처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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