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원에 볼일을 보기 위해 집 앞에서 17번 버스를 탔다.
언제나 그렇듯이 버스에 올라 타면 자리에 앉기도 전에 급출발하는 버스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손잡이를 있는 힘껏 잡거나 아니면 자리를 향해 뛰어가서 앉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가끔은 '내가 무슨 짐짝인가’라는 생각도 들어 기분이 상한적도 많다.

그런데 요즘엔 가끔 예상밖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날도 역시 버스안에서 뛰어 얼른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버스가 꼼짝도 안하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운전기사 아저씨가 백미러를 통해서 느릿느릿 자리에 앉으려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가 앉으신 후에야 버스가 천천히 출발했다.

다음 정류장에서 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가 차에 올랐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서 자리에 앉힌 후에야 버스가 출발한다. 기분이 좋았다. 모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가 연상되기도 했다.
오지랖 넓은 나는 아저씨한테 물었다. “아저씨, 시간에 쫓기지 않으세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말한다. “스트레스야 조금은 받지만 그래도 이게 마음이 편해요.”

사실 광명시 버스는 서울시 버스에 비해 생김새도 촌스럽고 환경도 고급스럽지 않다. 쾌적한 서울시 버스와는 달리 광명시 버스는 덜덜덜 많이도 떨리고 냄새가 많이 난다. 그렇지만 그 속에 따뜻한 정이 녹아 난다면 어떨까?

좁디 좁은 광명, 다 같이 가까운 이웃사촌이다. 기분좋은 모습으로 매일매일 같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오늘처럼 말이다.

글쓴이 장해정

철산1동에 사는 주부다. 딸하나 아들하나를 두고 있으며 요즘 재즈댄스에 푸~욱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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