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현 의원, MB정부 4.36배 폭증..실태파악 나서야

‘무늬만 중장기’로 분류되는 만기 366~371일짜리 외화차입금이 올해 8월까지 17억달러(원화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 백재현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은행들의 중장기 외화차입금 중 이러한 ‘편법’ 차입 실적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백재현     국회의원
▲ 백재현 국회의원
지방은행을 제외한 12개 국내은행들은 장단기 구분의 기준점이 1년이라는 점을 악용하여 1년에서 1~6일만 간신히 넘기는 중장기 외화차입금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장기 차입금은 ‘무늬만 중장기’일 뿐, 사실상 단기채권인 1년물(365일)과 다를 바 없어 관계기관의 감독과 주의가 요망된다.

통상적으로 1년을 넘기는 366일짜리 자금은 윤년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1일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으나 이러한 사정으로 인한 366일짜리는 1년물로서 단기로 구분된다. 그러나 백재현의원이 분석한 자료는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것으로서 그동안 암암리에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국내은행들의 편법 외화자금 차입실태를 사실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국내은행의 366일~371일짜리 외화자금의 규모는 2007년 15억 9700만달러, 2008년 13억 300만달러, 올해(1~8월)들어 17억 1000만달러였다.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전체적으로 외화자금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무늬만 중장기’ 외화차입금도 다소 축소된 것으로 보이나, 올해는 이미 8개월만에 2007~8년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연말에는 20억달러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더욱 심각하다. 2007년의 경우 15억 9700만달러 중 특수은행은 40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2008년 8억 2300만달러로 폭증했으며, 올해 역시 8월까지 6억 3300만달러로 연말쯤이면 작년수준은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직접적인 관리책임 하에 있는 특수은행들이 편법적인 ‘무늬만 중장기’ 외화차입금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은행 차입한 중장기 외화자금 중에서 ‘무늬만 중장기’ 외화차입금이 10.4%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은행의 한 관계자는 ‘발행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이 휴일일 경우, 그 다음 평일이 되는 날로 만기를 정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366일이나 367일이 되는 경우가 있다’라고 해명하지만 이 역시도 납득이 쉽지 않다. 바로 그러한 경우를 빼고 계산하면 더욱 심각한 수치가 나오기 때문이다. 휴일로 인해 초과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2007년 3억 9200만달러, 2008년 10억 500만달러, 올해 8월까지 17억 10억달러였다. 2007년도는 단순계산시보다 12억 500만달러가 줄어들지만 올해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MB정부 출범이후 4.36배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나 은행들이 고의적으로 기준을 악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품게 한다.

정부는 평소 단기외채로 인해 은행의 외환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해 왔으나, 정작 은행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편법을 통해 관리감독을 피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백재현 의원은 “한해 2조원의 외화차입금이 조달한지 일주일만 지나면 단기자금이 되는 상황이고, 전체 외화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을뿐더러,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특수은행들이라는 졈이라며 “이런 사례가 누적되면 외환건전성을 왜곡시키는 만큼,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은 조속히 실태파악부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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