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독자에게] 두 가게 주인의 승부 '책임공천'

모처럼 백재현 국회의원과 오랜 시간 지역 돌아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가 말합니다. 책임지지 않는 정당공천제는 잘못이라고. 공천을 준 후보에게 하자가 있다면 국민에게 사죄하고, 다음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정당의 도리라고. 그는 민주당 중진 의원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답니다.

정당공천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정당은 후보자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어떠한 정당도 이런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자질없는 후보에게 공천을 줘 잡음이 생겨도 또 다른 후보를 추천하고, 공천권을 돈으로 팔고 사는 일이 벌어지곤 한 것이지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지역정가가 술렁입니다. 아마도 무더운 이 여름이 지나고 찬 바람이 슬슬 불어오면 지역사회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하게 될 겁니다.

민선 4기 이효선 시장이 임기 초반부터 지금까지 숱한 구설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일로서도 그리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기 시장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는 지역사회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일반 시민들 역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습니다. 덕분에 ‘현 시장보다는 잘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무임승차하려는 무모한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저는 물건을 살 때 가게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살펴 봅니다. 아무리 싼 물건이라도 최선을 다해 설명해 주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제품의 기능을 물으면 귀찮아하며 대충 고르라는 주인도 간혹 만날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게를 나옵니다. 이런 집에서 물건을 샀다가는 혹여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교환은 커녕 A/S를 받는 것조차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에 팔아주기 싫습니다. 이런 주인들은 별 것도 아닌 물건 하나 고르면서 되게 까다롭게 군다며 손님 뒷통수에 대고 고함을 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별 것 아닌 물건이라도 내 돈 주고 사는 것인데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으면 영 찝찝하고 불안하고, 손해보는 느낌인 걸 어쩌겠습니까.

하물며 내 돈으로 월급을 주는 일꾼을 선택하고 지역의 미래가 걸린 일인데 더 까다롭게 굴어도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앞으로 광명의 1년은 지나간 10년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막강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백재현 의원의 이야기는 스스로에게 ‘책임공천’이라는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습니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정치를 했던 그는 지역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잘 압니다. 저는 광명시장을 거친 백재현, 전재희 의원의 고민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게 주인은 좋은 제품으로 승부해야 하고, 친절한 사후 서비스도 보장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명품의 생명은 장인의 손길과 고객이 미안해 할 정도의 철저한 A/S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A/S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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