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경찰서 박 형사는 오늘따라 기분이 좋다. "오늘 진짜 재밌네!" 매일 일에 치이고 안 좋은 일 많이 보는 형사가 뭐가 그리 좋다고 싱글벙글인지.. 무슨 사건이라도 해결했나 싶어 기사꺼리 하나 챙겼다 싶은 마음에 슬쩍 물어본다.

박 형사가 기분좋은 이유는 이랬다. 이른 새벽 핸드폰 벨소리에 잠을 깼다. 전화너머로 들리는 목소리. "있잖아요. 있잖아요~ 제가 선생님 차를 받았어요. 뒷 범퍼 페인트가 많이 벗겨졌는데 내려와서 봐주세요." 당황해하는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눈을 부비며 내려간다. 아니나 다를까 많이 찌그러진 차. 5분가량 눈을 감고 생각한다. 그리고 말한다. "그냥 가셔도 돼요."

차를 망가뜨린 이 사람은 계속해서 수리하고 보험처리하자며 연락처를 주려고 하고 박형사는 괜찮다고 그냥 출근하라고 잠시 실랑이를 벌인다. 결국 서로 사는 곳을 주고 받으니 아래, 윗집 사는 이웃사촌이었다.

아무 일 없는 듯 헤어진 박 형사는 곰곰히 생각한다. '이른 새벽에 차를 망가뜨리고 도망가는 게 보통인데 요즘 세상도 그렇게 각박하지는 않네.' 그리고 박형사는 하루종일 실실 웃고 다녔다. 돈 몇푼이 중요하겠는가. 이른 새벽 작은 양심이 밝은 빛이 돼 하루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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