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윤 편집국장의 개성방문기 1

솔직히 말하자면 개성에 방문한다는 것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민주평통 광명시협의회 박준철 회장과 이영희 수석부회장의 권유와 광명지역신문 홍석우 사장님의 강요로 마지못해(?) 가기는 하지만 신문 마감으로 이틀간 꼬박 밤샘작업을 해 충혈된 눈은 따가웠고,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데 이른 새벽 움직여야 한다는 것도 내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가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지만 잘 안됐습니다. 단지 개성방문 바로 전날 북측이 개성관광을 12월 1일부로 중단키로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당분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땅을 밟을 수 있다는데 자그마한 의미를 뒀을 뿐입니다.

                      ▲ 민주평통 광명시협의회가       11월 25일 개성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에는 서동기 부시장을 비롯해 36명이 참여했다. 박연폭포에서..
▲ 민주평통 광명시협의회가 11월 25일 개성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에는 서동기 부시장을 비롯해 36명이 참여했다. 박연폭포에서..
통일을 이야기하고, 통일을 위해 일선에서 발벗고 나서는 이들을 보면서도 통일문제는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저의 관심사 밖의 세계였습니다. 그것은 전쟁을 겪은 세대 혹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해 못 먹고, 못 살아 온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이지, 저와 같이 전쟁과는 무관한 세대와는 상관없다고 여겼습니다. 11월 25일 새벽 5시 40분, 저의 개성방문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오전 7시 도라산 CIQ에 도착해 출경수속을 밟습니다. 북에 가면 되는 것보다 안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현대아산측 관계자들은 너무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수십번 방문객들에게 당부합니다.

“휴대폰, 책, 잡지, 신문은 절대 반입금지입니다. 필름카메라, 망원렌즈도 안되고, 북측 안내원을 제외한 군인, 민간인과는 일절 접촉해서는 안됩니다. 정치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발언을 금합니다. 버스 이동 중에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남한, 북한이라는 표현은 쓰지 말고 남측, 북측이란 용어로 써야 하며, 북측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체의 언동을 삼가해주십시오.”

                      ▲ 누가 찍었는지 표정 순간 포착 좋고, 구도도 좋다. 도라산 CIQ. 직진하면 개성,       오른쪽으로 가면 서울. 출경수속을 마치고..홍석우 본지 발행인(좌)과 박준철 민주평통 광명시협의회장(우)의 모습.     개구쟁이같다.
▲ 누가 찍었는지 표정 순간 포착 좋고, 구도도 좋다. 도라산 CIQ. 직진하면 개성, 오른쪽으로 가면 서울. 출경수속을 마치고..홍석우 본지 발행인(좌)과 박준철 민주평통 광명시협의회장(우)의 모습. 개구쟁이같다.

출경수속을 마치고, 당초 8시 출발한다던 버스는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북측의 허가가 늦게 떨어지는 바람에 9시 30분에야 개성을 향해 출발합니다. 군사분계선을 넘고, 38선을 넘습니다. 북측의 군인들이 바짝 군기가 든 모습으로 초소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야 왔구나! 북측 CIQ의 입경수속은 더욱 까다롭습니다. 디지털카메라 배율을 확인하고, 가방 속 소지품을 샅샅이 검사받습니다. 전날 찜질방에서 경품으로 준 보온병을 가져갔는데 검사원이 뭐가 들어 있는지 흔들어 보며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서울에서 버스로 1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우리 땅에 가는 것이 비행기로 며칠 걸리는 다른 나라에 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서글프고 낯설고 급기야 슬슬 짜증스럽습니다. ‘아! 이렇게 하면서까지 굳이 가야되나?’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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