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람 송덕엽, 히말라야에 가다

산행 초짜들을 위한 송덕엽의 말/말/말

개인적으로 바위가 멋있어 작은 금강산으로 불리는 '월출산'을 추천한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강해져야 올라갈 수 있는 지리산 종주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해봐야 하지 않을까. 굽이굽이 펼쳐진 산야를 보며 조정래님의 소설 '태백산맥'을 떠올릴 수있다. 산을 오르는데 능숙하다면 1박2일도 가능하지만 보통 2박3일 일정으로 오른다.

등산을 위해 가벼운 등산화와 배낭은 필수다. 굳어 있는 몸을 충분히 스트레칭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산행 15~30분 사이에 페이스 조절이 산행 성공의 관건이다. 무리하면 맥이 빠져 더 이상 오를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역시 워밍업 잘하는 사람이 최고.

산에 오르는 것은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아무리 높은 산도 한걸음부터 시작해야 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들고 욕심을 부리면 무겁고 힘겨워 더 이상 오를 수 없다. 송덕엽(51) 광명시 체육생활체육협의회 탁구연합회장은 등산, M.T.B, 스킨스쿠버 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그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송 회장은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24일까지 한달간 클린마운틴 원정대로 히말라야에 다녀왔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는 산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꿈이다. 그가 이 곳을 오른 것은 산을 정복하기 위함이 아니라 히말라야에 남아 있는 인간의 흔적으로 병을 앓고 있는 히말라야를 청소하기 위함이었다.

                      ▲ 송덕엽 회장이 히말라야       원정대 한왕용 대장(좌)과 히말라야 등반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송덕엽 회장이 히말라야 원정대 한왕용 대장(좌)과 히말라야 등반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눈이 갑자기 오면 베이스캠프에 있던 것들을 모두 버리고 몸만 빠져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인간이 버리고 간 흔적들을 치워 산으로부터 진 빚을 갚아나가자는 취지로 시작된 일이지요.”

국내에서 히말라야 8천미터 14개 봉우리를 모두 오르는데 성공한 한국인 3명 중 하나인 한왕용 대장이 이끄는 클린마운틴 원정대의 참여는 개인적으로 그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 의미있는 일이었다.

송 회장은 히말라야에 가기 전에 무리하게 확장한 사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출국하기 1시간 전까지 일에 매달리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채 출국해야 했다. 스트레스받고 화가 난 상태에서 산에 오르면서 초반에 고산병에 시달리며 죽다 살아났다. 산은 건강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산을 오르면서 ‘아! 내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행복한 것을 모르고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곳에서 짐을 날라주는 포터들은 일당 1만원도 안되는 돈을 받으면서도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해요. 5천미터가 되는 곳에 조그마한 오두막을 짓고 사는 부부의 얼굴은 항상 웃음을 머금고 있죠.”

그는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자연만큼은 못하고, 잘났다고 떠들어도 산 앞에 서면 겸손하고 작아진다고 말한다. 그가 산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마흔이 넘어서부터다. 젊어서 대형 의류매장을 운영하며 밤낮없이 일만 하면서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며 살았다.

“그 땐 일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에 관심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없었지요. 남들 자는 새벽에 시장에서 물건을 해오고, 밤 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만 했어요. 덕분에 큰 돈은 벌었지만 몸이 망가진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마흔이 넘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즐기며 사는 삶을 선택했고 현재 전국에 수십개 김밥천국 직영매장을 운영, 관리하면서 틈틈이 산에 오르고, 물을 찾는다.

그가 활짝 웃는다. 욕심 부리지 않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겠다고 말한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여행 스케쥴에 모든 것을 맞춘다는 그에게 지인들은 일 안하고 놀러만 다닌다며 농 섞인 핀잔을 해도 그는 떠날 때마다 신난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 일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나름대로 열심히 산단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악한 사람은 없다고 했던가. 그의 웃음이 오늘따라 더욱 빛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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