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의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변호사들은 작년 말이나 올해 초에 새로 제기한 사건들의 첫 번째 재판기일이 속속 잡히는 것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고는 합니다.

안산지원에서는 지난 주에 특별한 이슈가 될만한 형사사건은 없었고 다만 안산 슈퍼주인 암매장 사건의 기일이 진행되었던 것과 재판은 아니지만 가사사건의 진행과 관련하여 안산, 시흥, 광명 지역의 여성단체 내지는 복지사업을 하는 단체를 상대로 가사사건 판사의 가사사건 재판의 진행과정에 대한 단체교육이 있었습니다.

요즘 재판을 하다보면 기일이 많이 늦추어 지는 것을 보아 옵니다. 특히나 얼마 전에 있었던 형사재판은 증인신문이 저녁 7시 30분 정도에 끝나 제가 일반출입구가 아닌 당직출입구를 통하여 법원에서 나왔던 적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보면 변호사라는 직업자체가 ‘듣는 것이 일이요, 기다리는 것이 일’이라는 말에 잘들어 맞는 듯 합니다.

제가 민사재판에서 성실한 변론을 위하여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를 하여 가면 상대방의 자백으로 단 5분도 안되어 재판이 끝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대방의 오랜 다툼으로 2년이고 3년이고 그냥 흘러가는 재판도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형사사건은 피고인이 구속된 경우 구속기간의 제한 때문에 오래 끌 수 없지만 이 역시도 다른 여죄가 있으면 새로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가면서 1심 법원에서 1년 이상 재판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변호사야 기다리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기에 별로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은 다릅니다. 너무도 오랜 재판에 지친 나머지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는 것에 너무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왕 판단의 칼을 들어 올렸으면 진실을 밝힐 때까지 싸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도 계속 싸우면 재판이 뒤집힐 듯 한데 대출 연장의 압박에 못이겨 소송상 화해를 하고 나온 사건이 있습니다. 의뢰인은 더 하겠지만, 진실은 하나인데 더 이상 싸울 수도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포기한 사건들이 두고두고 변호사를 괴롭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판이 좀 오래가는 것에 너무 두려움을 가지지 말았으면 합니다. 애궃은 이자만 더 나가기에 힘들 수도 있고, 대출압박에 시달려 지레 청구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진실은 하나라는 것을 잊지말고 이를 밝히는데 두려움을 가지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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