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산 해맞이 1천명 몰려 작년에는 참 힘들었습니다

“돈 많이 벌고 싶어요.”

요즘엔 어딜 가나 돈 얘기다. 그만큼 작년 한해 서민들은 어려웠다. 잘 다니던 직장을 명예퇴직한 송병일(48)씨는 요즘 장사를 해 볼까 생각중이다. 고민이 많다. 아이들은 커가는데 돈벌기는 어렵다. 작년은 그에게도 참 힘든 한 해였던 것 같다. 도덕산 정상에서 소원을 빌어본다. 어떤 소원일까.

한 중년 부부가 손을 잡고 오른다. 아내는 한 발치 뒤에서 남편은 한발치 앞에서 아내를 이끌어가는 모양이다. 남편이 말한다. “운동부족이야.” 남편이 야속한 아내는 올해에는 다이어트 하겠다고 호언장담한다. 조금은 식상한 말이긴 해도 애 낳고 집에서 살림하다보니 몸이 불어서 그렇지 옛날에는 잘 나갔단다.

도덕산 해뜰 무렵, 아직은 어두운 산길을 헤치고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올 겨울 가장 춥다는 영하의 날씨. 시린 손 호호 부는 입김들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졸려 눈 부비는 아이에게 도란도란 말 시키는 자상한 아빠, 매일 새벽 도덕산에 오른다는 50대 아줌마 부대, 나라걱정하는 아저씨까지 새해 첫 일출을 보려고 성급해지는 마음은 한결같다.

멀리 산등성이를 뚫고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시끄럽던 주위가 순간 숙연해진다. 가족 건강하게 해주세요, 올해는 꼭 시집가게 해주세요.. 사연이 다르고 소원이 다르다.

“어머, 너무 늦었나봐.” 해는 벌써 중천에 떴는데 조금 덜 부지런한 이들이 이마에 땀까지 흘리며 종종걸음으로 달려온다. 좀 늦었으면 어떠랴. 소원비는 간절함은 마찬가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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