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옷이나 화장품, 액세서리 같은 것에 별로 관심없는 너무나 털털한(?) 저도 아주 가끔 가물에 콩 나듯이 된장녀가 됩니다. 사실 제가 명품관을 찾는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돈을 써도 아깝지 않기 때문이지요. (단지 수중에 돈이 별로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오랜 세월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건 하나를 사도 장인의 손길이 담겨 있고 혹여 문제가 생겼을 때 오히려 소비자가 미안해 할 정도로 철저하고 친절한 A/S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깁니다. 물건을 살 때나 사후 서비스를 받을 때나 항상 최고의 대접을 받는 셈이지요.

지역정가가 시끄럽습니다. ‘이명박 쪽이다’, ‘박근혜 쪽이다’ 하는 계파싸움 역시 광명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긴 우리 정치가 정파를 떠나고, 계파를 떠나서 오로지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만, 굳이 명품이고 나발이고를 떠나서 이런 정당의 공천잡음을 보는 정치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구매의욕 자체가 아예 없어집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좋으냐 하면 또 그런 것도 아닙니다. 능력과 인물보다 어디에 줄을 대고 있느냐가 중요하고 주민들을 위한 정책과 공약보다는 누구에게 충성하는 것처럼 보이느냐가 출세를 위해서는 중요합니다.

그 뿐입니까. 벌써부터 2년 후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자리 하나 얻으려고 줄대기가 한창입니다. 마땅한 평가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정치판에서 어디에 줄을 서 있냐가 생존 여부를 좌우하니 눈치 100단이나 점쟁이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겠지요,

소비자의 수준은 높아지는데 공급자들을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직접 좋은 공급자가 되려고 해도 정당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눈치를 보며 온갖 교태를 부려야 하는 현실이 치사해 마음을 접는 이들이 많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좋은 인재들이 정치판에 많지 않고 뭘 좀 하려고 몰려드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언제나 인재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 놓고 하자가 있어 바꾸려 해도 A/S는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정치판에서 소비자들이 자부심을 높여 줄, 표를 던져도 아깝지 않은 명품을 찾기는 어려운 것일까요? 아! 저는 지금 정말 된장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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