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진성고에 바란다!
지난 2월 19일 인터넷 한겨레신문에 낯익은 학교 이름이 떴다. 진.성.고. 광명의 학생들은 별로 다니지 않지만 어쨌든 광명시 소재의 입시 명문고이다. 내용인즉 ‘매점에서 판매하는 진성티(9,000원)를 입지 않고 시중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면티(4,000원)를 입었다는 이유로 벌점을 받는다’는 용의복장 규정의 개정과 ‘두발자유’, ‘소지품검사 폐지’, ‘체벌거부’ 등의 요구하며 학생들이 학교 옥상에 대규모로 올라가서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시위를 감행했다는 것이다.
입시 중심의 대한민국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은 무시되기 일쑤이지만, 그런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진성고의 문제는 심각한 상태인 것 같다. 학생들의 머리 길이를 단속하기 위해 하이테크 펜 뚜껑을 이용한다는 것은 역시 박정희 정권시절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기 위해 경찰들이 자를 들고 다니며 직접 머리길이와 무릎에서 스커트까지의 길이를 재었다는 사실을 연상시킨다. 소지품 검사를 통해 편지를 ‘적발’하고 그것을 다수에게 공개하는 일은 요새 군대에서도 하지 않는 일인 것 같다.
압권은 복장 단속이다. 매점에서 판매하는 9천원짜리 티셔츠와 시중에서 판매하는 4천원짜리 티셔츠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매점티를 착용해야만 벌점을 면할 수 있다면 이는 강매에 해당한다. ‘교육’하는 학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기숙사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교의 정책에 항의하며 옥상으로 올라가 단체행동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할 것 같다. 또한 락카로 무언가 자신의 요구를 ‘낙서’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일들이 어려운 만큼 학생들이 느끼는 부당함은 정도가 매우 심한 것이다. 그런 학생들에 비해 수백명의 학생들이 옥상에 올라가 종이비행기를 날린 사실을 교감이 모른다고 답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 몰랐다면 교감은 학교에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아니면 교감으로 대표되는 학교 관계자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데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진성고에서는 외부 인사가 참관하는 학생-학부모-교사의 3자회담을 개최를 통해 이번 문제를 합리적으로 처리하거나 처리과정과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자세히 공개하여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길 바란다. 더불어 락카로 칠했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도 공개하고 이 요구 또한 합리적 절차를 거쳐 해결할 것을 제안한다.
진성고 이사장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 이사장은 몇몇 불미스런 일들로 사법처리를 당하기도 하였다. 교육기관의 이사장이 그런 일들로 사법처리 되었다는 것은 매우 비교육적인 일이다.
현 차동춘 이사장은 미국 유학을 통해 ‘교육학 박사학위’를 땄다고 한다. ‘교육학 박사’가 만능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미국까지 가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딸 정도였다면 교육문제에 대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지식과 인성, 문제해결능력을 갖추었으리라 생각한다. 학생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묵살하거나 밀실에서 은밀하게 처리하는 방식은 결코 ‘교육적이지 않음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적’으로 처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