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밥에만 눈먼 범대위..초심으로 돌아가라

최근 논란이 일었던 ‘광명역정상화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설치및지원에관한조례 폐지안’이 광명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시 집행부가 의원들과 의논하지 않았다는게 큰 이유였다. 이유야 어찌됐건 범대위는 인건비, 기타 운영잡비를 계속 지원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을 보며 우리는 범대위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범대위는 2004년 3월 출범했다. 시발역으로 4,068억원이 투입된 광명역이 간이역으로 전락하고 영등포에서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고속철 정차를 요구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광명의 정치인들은 이 사실을 광명시민들에게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고 시민단체들은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사태는 심각해져도 광명은 조용했다.

범대위는 이렇게 답답한 광명의 현실과 대규모 국책사업을 일관성 없이 진행해 혈세만 낭비하는 국가를 비판하는 몇몇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탄생했다. 범대위는 일하지 않는 지역정치인들의 목을 죄고 중앙정부에 대항해 ‘2011년 시발역 확정, 영등포역 정차 백지화’ 약속을 받아냈다.

중앙과 지역을 넘나들며 광명시민의 자존심을 보여준 로컬거버넌스, 범대위의 몰락은 시민들이 뭉치는 꼴을 보지 못하고 어떻게든 개입하려는 ‘관(官)’의 욕심 때문에 비롯됐다. 여기에 광명역 문제를 구경만 하던 이들이 범대위에 너도나도 무임승차하며 몰락을 부채질했다.

2005년 11월, 범대위 설치및지원조례안이 통과됐다. 범대위는 이 달콤하고 교묘한 유혹을 뿌리쳤어야 옳았다. 돈 몇푼에 침 흘리지 말았어야 했다. 이후 범대위는 ‘순수한 민간조직’에서 ‘광명시 산하단체’처럼 전락했다. 독립적으로 지역과 중앙에 목소리를 높이던 명분은 사라졌다.

범대위 설치및지원조례가 폐지된다 해서 범대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범대위는 애초부터 관에서 설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범대위내에서 지원조례폐지가 마치 범대위의 폐지인양 떠들어댄다.

광명시가 범대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당장 내년 사업계획조차도 세우지 않았다는 범대위 사무국의 행태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 이쯤되면 범대위가 사무국장 자리를 만들어 인건비를 주기 위해 지원조례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범대위는 시의 지원을 받으려 발버둥 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 내부 개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광명시의회의 결정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고 범대위가 순수민간조직으로 되돌아갈 계기를 시장과 시의원의 유치한 감정대립 때문에 퇴색된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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