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명시의회 특위가 한창입니다. 광명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문화예술체육단체들이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되는지, 공무원들이 얼마나 직무를 태만히 했는지 밝혀내 이런 일을 근절시키고 혈세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듯 합니다. 관행을 깨기 위한 새로운 시도입니다.

의원들 말로는 그동안 정말 돌아가는 꼴이 엉망이었답니다. 특위를 하다보니 세상 사람들이 모두 도둑놈처럼 보인답니다. 오천원짜리 물건을 사고도 만원에 샀다고 허위 영수증을 쓰는 것은 다반사요, 단원 출연료 떼어먹는 건 생활이랍니다.

그런데 문제는 큰 소리치며 비리를 척결하겠다던 의원들이 막상 멍석을 깔아 놓으니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는데 있습니다. 그놈의 관계가 문제지요.

“내가 광명에서 00년을 살았는데 아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잘 알고 지내는 XXX와 관계가 있는 일이라서..”

레퍼토리는 거의 비슷합니다. 참는 게 미덕이고 모른 척 하는 것이 의리인 양 자신을 합리화 시킵니다. 단지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줄줄 새나가는 혈세 구멍은 방관합니다. 다 아는 처지에 특위를 열자고 덤벼든 건 의회였지만 이 사실은 간과합니다. 명분과 정당성보다 친분과 로비가 더 중요할 수 밖에요.

이쯤되면 의회 특위의 본래 취지는 퇴색되고 특위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무엇에 쓸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아는 사람들 약점 잡아내 도대체 뭘 하려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의원들과 친분있는 XXX들이 큰일난게 아니라 의회가 더 큰일났습니다. 거창하게 떠들어대면서 사람을 잔뜩 초대해놨지만 막상 상을 차리려 하니 음식을 만들어 놓은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특위가 열리는 운영위원회에는 공무원과 각 단체에 요구해서 받은 서류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열심히 서류를 검토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공과 사를 구별해서 정확하게 맥을 짚어낼 똑똑한 이는 찾기 어렵습니다.

마치 시험 전날 코피 흘려가며 밤새 공부하다 막상 시험 보는 날 몸이 아프다고 결석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몸이 아픈 이유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지나치게 열심히 하다보니 몸에 무리가 가서 정말 아픈 경우와 부모님에게 이 책 저 책 다 사달라고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척 했는데 시험 못봐 쪽팔릴까봐 꾀병 부리며 현실을 도피하는 경우입니다.

광명시의회 의원님들은 둘 중 어떤 쪽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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