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애들아! 여기 모여라

철산4동 구불구불한 구도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넝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산딸기, 호박, 나팔꽃.. 넝쿨은 생명력이 강하다. 한번 뿌리내리면 좀처럼 죽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이 곳에 자리잡고 있는 넝쿨도서관 역시 그렇다. <글 장성윤 / 사진 윤한영>

산동네에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맞벌이하는 부모 밑에서 부모의 손길을 많이 받지 못하거나 부모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사는 아이들이 많다. 동네 아이들을 돌보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넝쿨도서관은 2003년 7월 문을 열었다.

곧 2주년 개관기념식까지 한다니 이제 웬만큼 자리잡은 것 같기도 하다. 산동네에 웬 도서관이냐며 가능성이 없다던 이들도 이제 한마음 한뜻으로 책을 보내고 후원을 한다. 넝쿨도서관에 있는 3,200여권의 책은 아름다운 재단, 새마을금고 등에서 기부받은 것들이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뛰어 다닌다. 피아노에도 올라가고 벽지 여기저기 낙서도 한다. 한참을 시끄럽게 놀던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두더지가 사는 마을에 금실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딸은 너무도 예쁘고 귀여웠어요. 두더지 부부는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자원봉사하는 엄마가 책을 읽어준다. 이 도서관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동네 엄마들이다. 각자 한가한 시간을 정해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책을 읽어준다. 한글을 떼지 못한 어린 꼬마가 착 달라붙어서 이야기에 귀기울인다. 좀 싫증이 나면 마당 앞에 있는 텃밭을 뛰어다닌다. 토마토, 고구마가 심어져 있다.

이 곳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15~20명 정도다. 여느 도서관처럼 좋은 책상과 의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밥상 몇 개가 전부다.
“얼마전에 짚불공예를 하니까 할머니가 손녀를 데리고 오시더라고요. 넝쿨도서관은 동네 사랑방이예요. 누구나 와서 편히 쉬었다 가는 곳이지요.”

넝쿨도서관 최미자 관장은 2001년 광명으로 왔다. 광명YMCA 생협에서 일하다 뜻이 맞는 몇몇 주부들이 주축이 돼 넝쿨도서관을 만들게 됐다. 부스스한 머리에 뿔테 안경을 꼈다. 어리숙해 보이지만 곰국은 저리가라 할만큼 진국이다.

넝쿨도서관은 오후 2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한 가구당 3권의 책을 2박 3일로 대여할 수 있다. 며칠 연체했다고 해서 야박하게 굴지 않는다. 넝쿨도서관에서는 모든 것이 자율적이다.

도서관이지만 아이들에게 책만 읽으라고 하지 않는다. 마음껏 흙을 만지고 물을 느낀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이다. 어리숙해보이는 최미자 관장과 착한 자원봉사 엄마들이 포진해 있는 넝쿨도서관에 가면 가슴 따스한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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