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딸방에서 인형체험방까지..변질되는 철산상업지구

호객행위·낯 뜨거운 불법 전단지 난무..공무원·경찰은 뒷짐

                      ▲ 문화는 없고 유흥만 있다.       주민들이 철산상업지구의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 문화는 없고 유흥만 있다. 주민들이 철산상업지구의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철산동 문화의 거리를 비롯한 인근 상업지구가 점점 퇴폐, 유흥문화에 물들어가고 있다. 건물의 상층부는 모텔로 채워져 있으며, 남성전용 휴게텔과 안마시술소의 간판들도 즐비하다. 노래방은 여성접대부를 고용하고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 ‘노래바’로 바뀐 지 오래 됐다. 현재 철산동에 위치한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은 각각 76개, 21개이고 숙박업소는 10개이다. 5년 전인 2002년만 해도 유흥주점 45개, 단란주점 20개, 숙박업소 7개로 유흥주점의 숫자는 반 가까이 늘었다.

상업지구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현재 상업지구의 변화가 영등포를 향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간다면 각종 음습한 룸 문화와 유흥 문화만이 문화의 거리에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지구에서 이루어지는 호객행위의 등쌀도 만만치 않다. 상업지구에 잠깐만 머물러 있어도, 괜찮은 아가씨가 있다며 업소로 이끌려는 삐끼들과 성매매를 암시하는 말과 함께 수많은 명함을 마주하게 된다.

명함에는 “충격서비스” “거시기를 할까?”라는 식의 낯 뜨거운 문구와 반라차림의 미끈한 몸매를 자랑하는 모델의 사진이 어김없이 박혀 있다.

그러나 광명시는 문화의 거리를 조성해놓고도 이후 아무런 기획도 없이 유흥문화가 증식되는 것을 방치만 하고 있다.

철산동 문화의 거리는 지난 97년 조성계획을 수립해 99년 5억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조성공사를 끝마쳤다. 그러나 문화의 거리에서 개최되는 공연행사는 지난 6년간 65회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교회의 선교공연을 제외하면 그 횟수는 더 낮아진다.

시 당국은 올해만 해도 7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간판정비사업을 실시하고, 3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문화의거리 정비공사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이 사업들은 단순히 외관만 정비하는 것에 머물 뿐, 상업지구의 문화환경을 일신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시당국은 유흥주점의 위법사항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지 않다. 밤이면 숱하게 행해지는 호객행위와 전단지 배포, 불법광고물 등은 그 양에 비해 실제 적발횟수는 많지 않다. 올해 8월까지의 불법광고물 단속 실적을 살펴보면 불법광고물로 인해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겨우 4건에 불과하다. 상업지구에 활개를 치고 있는 불법광고물에 비한다면 터무니없이 작은 숫자다.

이에 대해 지도민원과 관계자는 “상인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계도 위주로 단속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호객행위에 대한 단속실적 역시 최근 5년간 겨우 한 건에 불과하다.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불법이기는 하지만, 호객행위로 인해 손님이 최종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것까지 확인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위생과장 신용희 과장은 “식품위생법상 손님들을 유인하는 것만으로는 호객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 “해당 영업장의 손님이 호객행위로 피해를 호소하지 않는 이상 사법부에서 반려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래연습장으로 등록된 업소들이 술을 팔거나 접대부를 고용하는 유흥주점의 형태로 영업을 하다 적발된 건수는 38건에 달한다. 철산동에 위치한 노래연습장이 45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숫자다.

한편 관청의 행정이 미치지 않는 마사지업소, 휴게텔, 전화방, 대딸방, 인형체험방 등에서 이루어지는 유사성매매 행위들의 단속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미지수다. 주로 명함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심지어는 간판도 달지 않고 음성적으로 성매매영업을 하고 있는 이들 업소는 경찰서에서 단속이 이루어져야 하나 정작 경찰은 “실적공개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면서 단속실적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광명경찰서의 생활질서계 소속의 한 경찰은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잡지 않으면 입건이 힘들다”면서 “상업지구에서 명함을 돌리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적발건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서 바로 옆에 위치한 상업지구의 업소들에 대한 현장적발이 어렵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힘들다.

실제로 기자가 명함에 적힌 한 업소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성매매를 의미하는) 2차까지 가능하냐”고 묻자 “11만원에 풀코스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 5년간 여러 위법사항을 근거로 적발된 유흥주점과 숙박업소는 총 99건이다. 이 중 윤락행위를 알선하거나 음란한 형태의 영업, 청소년 출입이나 고용과 관련된 사례가 대부분이다.

광명시의회 문현수 의원은 “광명시와 경찰이 의지를 가지고 단속한다면 정화가 가능하나 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전히 매일 밤이면 음란성 문구로 도배된 홍보물과 호객행위가 성행하는 가운데 철산동 문화의 거리는 퇴폐문화의 거리로 변질되고 있다.

“문화의 거리는 개~뿔~”
간판만 바꾸면 뭐하나? ‥ 변질되는 철산상업지구, 시민들 ‘한숨’

문화의 거리가 포함되어 있는 철산상업지구의 변화방향을 모색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창근 문화체육과장은 현재 문화의 거리가 “진정한 문화의 거리라고 인정하기는 힘들다”고 시인하면서, 상업지구에 위치한 소광장이 여러 면에서 공연환경이 좋지 않고, 공연을 하더라도 오히려 인근에 있는 상인들이 반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한편 철산 12단지 주민 정미영 씨는 “문화적 소비를 할 수 있는 계층들이 이미 타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음식문화조차 삼겹살과 감자탕이 전부”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상인들이 시장주의적 질서에 순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철산상업지구가 변질되어 가는 데에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철산상업지구의 한 상인은 “상업지구가 문화의 거리로 지정된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면서 “광명시가 음악도시라는 컨셉을 택했다면 새로운 개발사업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광명의 중심지인 상업지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여, 문화적 발상을 실험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올해 시행한 간판정비사업을 예로 들며 “간판을 그저 새 것으로 바꿨을 뿐, 문화적인 마인드는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다”면서 광명시가 문화적 기획능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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