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부끄러운 학교, 학력위조 유혹에서 자유로운가?

                      ▲ 양두영 <광명시       고교평준화 시민연대 사무국장>
▲ 양두영 <광명시 고교평준화 시민연대 사무국장>

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학력 위조 사건을 시작으로 유명 영어 강사와 유명 연예인들의 가짜 학력 위조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가짜 학력 문제가 처음 불거져 나왔을 때는 “어떻게 이런 일이, 더구나 교육계에 있는 사람들이...” 등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 범위는 점차 넓어졌고, 학벌-학력 서열화의 문제는 특정인, 특정 직업군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임이 드러났다.

학력 위조 행위를 정당화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 문제가 당사자 개인의 부도덕함으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반대한다.

최고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은 과연 국민들앞에 떳떳한가? 유명 동문들이 자기 대학 출신이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을 과연 대학 당국이 몰랐는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대학들은 학교 홍보용으로 유명인들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한 연예인은 졸업하지도 않은 대학을 졸업했다고 했지만, 그 대학은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그 연예인을 뽑아 학교의 이름값을 올리려 한 사실도 있다. 대학들은 공범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그들을 좋아했던 것은 그들이 어느 대학을 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들의 연기와 강의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아무개, 아무개 연예인들이 특정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던 것인가? 아무개 영어 강사가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청취자가 많아지고 팬들이 늘어났는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도 몰랐다. 어찌 사람을 평가할 때, 그들의 실력이 아니라 출신학교를 이야기하는가? 연예인에게 중요한 것은 연기 능력이요, 교수와 강사에게 중요한 것은 교수학습능력이 아닌가?

학벌 사회의 폐해는 대학에만 있지 않다. 내가 근무하는 광명시는 고등학교가 성적순으로 서열화되어 있다. 멀리서 보더라도 학생들의 교복을 통해 '몇 등급 짜리 학생'인지 구별할 수 있다. 1등급 학교의 학생들이 노래를 잘 부르면 “공부도 잘하는 녀석들이 특기도 다양한 멋진 놈들”이라 하고, 하위권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춤을 잘 추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쓸 데 없는 짓만 골라하는 녀석들”이 된다.

이 학생들은 과연 학력 위조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역이 좁아서 출신학교를 속이지 못하는 것이지, 확인절차만 복잡하다면 이들 중에서도 분명히 자기가 다니는 학교를 거짓으로 말하는 학생들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광명시 고교평준화를 위한 시민연대’는 안산시, 의정부시와 함께 꾸준히 고교평준화 운동을 벌여 왔다. 2003년과 2006년에 실시했던 시민대상 여론조사는 72%에 달하는 시민들이 ‘고교비평준화’는 고교서열화와 학생, 학부모들간의 위화감이라는 폐단이 있어 평준화 제도로 전환할 것을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교육청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 학생들이 출신학교라는 꼬리표에 구애되지 않고 마음껏 자기 실력을 키우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교육청과 교육감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뿌리깊은 학벌의 폐단, 학업성적으로 모든 것을 서열화시키는 지금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학력 위조는 계속될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력을 위조한 개인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릴 것이 아니라 학교가 전인교육의 산실, 지성의 금자탑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고교평준화는 그러한 노력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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