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 FTA 강연

                      ▲ 열강 중인 정태인       교수
▲ 열강 중인 정태인 교수

지난 20일 저녁 정태인 교수가 광명시 평생학습원을 찾았다. 그는 각종 매체에서 경제평론가로 활동하고, 참여정부에서는 경제비서관을 지냈으며, 현재 성공회대 겸임교수라는 직함을 가지고, 하루도 쉬지 않고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는 이색적인 활동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의 일정은 하루하루가 전국 곳곳의 강연일정으로 채워지는데, 그가 무리한 대중강연을 쉬지 않고 계속하는 이유는 한미FTA때문이다. 정태인 교수는 현 시국을 한미FTA시국이라고 규정하고, 한미FTA가 IMF사태의 수십배를 초과하는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중대한 사안에 대해 국민들이 정확한 정보와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국대중강연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광명시를 찾은 이유도 이것이다.

정태인 교수는 한미FTA의 내용을 자동차, 섬유, 개성공단, 지적재산권, 공공서비스 분야로 요약하여 설명했다. 그는 이 다섯 개의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는 다섯 개의 항목만 살펴보더라도 한미FTA의 성격을 살필 수 있다면서 이번 협상 결과는 한국의 법과 제도를 미국의 요구에 맞게 뜯어고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미국의 관세철폐에만 매달린 반면, 미국은 한국의 비관세장벽에 역점을 두어 한국의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태인 교수는 최재천 국회의원에 따르면 한미FTA가 발효될 경우 한국이 고쳐야하는 법조항은 무려 169개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태인 교수는 한미FTA의 성격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규정했다. 한미FTA가 자율시장에 경제를 맡기자는 것이다. 그는 공공서비스, 특히 의료의 예를 들어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료보험이 민영화될 경우, 고급의료보험에 가입한 부자들은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빈자들은 의료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의료뿐만이 아니라 교통, 통신 등의 네트워크서비스에도 해당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미FTA가 가진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미국을 앞으로의 협상시에도 최혜국으로 대우하는 ‘미래의 MFN’, 시장의 개방방향을 되돌릴 수 없게 규정한 ‘래칫 원리’, 미래에 개발된 산업분야에 대한 무조건적 개방을 약속하는 ‘네가티브식 개방’, 국내의 제도나 법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국가제소권’ 등이 그것이다. 그는 한미FTA가 되돌아나갈 수 없는 수렁으로 가는 길이라면서, 국민들이 이것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협상임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한편 소하동 기아자동차 공장 노조원이자 광명노동자회 회장인 김성규 회장은 정태인 교수의 논지에 대해 적극 동의하며, 특히 정부가 치적으로 자랑하는 자동차 부문 협상조차 별 이득이 없다고 말한다. 대미시장으로 수출되는 한국자동차에 대한 2% 관세 철폐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전한다. 오히려 미국에서 제조된 일본자동차가 국내시장에 진입하여 국내 자동차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미 시장논리에 따라 대우나 기아의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으며, 기아자동차 소하동 공장 역시 조만간 폐쇄되고 이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FTA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더욱 촉진될 것이라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한미FTA는 지난 30일 한미 양국이 서명함으로써 공식적으로 체결된 상태다. 그러나 현재 양국 모두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공식적으로 발효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의사를 표명함으로써 비준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역시 올해 대선과 내년 총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있어 의회 비준이 상당히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태인 교수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한미FTA라는 괴물을 저지하기 현재의 강연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2시간의 짧은 강연을 마치고 광명시를 떠났다.

저작권자 © 광명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