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 남의 일이 아니다

“의회에서 예산이 통과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의외다. 큰일났다” 한 공무원이 자신의 부서에서 편성한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렇게 말한다. 예산을 통과시키려고 발버둥쳐도 모자랄 판에 예산통과가 황당하다는 것이다.

6월 임시회에서 추경예산으로 올린 주민숙원사업비 1억8천만원이 의회 예결위를 통과했다.이 예산은 작년 10월 제정된 공동주택관리지원조례에 의해 편성, 집행되어야 했지만 시장의 지시로 주민숙원사업으로 항목까지 바꿔 편법으로 편성되기에 이르렀다.

편법으로 예산을 편성했고 선심성 예산이라는 지적이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예산은 의회 예결위를 통과했다. 당시 예결위에서 예산을 심의했던 시의원들 역시 예산이 선심성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지만 역시 통과됐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광명시의회가 도대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시 집행부를 감시, 견제해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시의원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광명시의원들의 자질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편법이고 선심성 예산이라는 것을 알면서 예산을 통과시키고 이어 문제가 생기면 행정사무감사에서 두고 보자는 식이다. 명분보다는 힘있는 사람에게 줄대는 것이 우선이고 시민들의 권익을 뒷전이다. 이렇게 생각없는 시의원들은 시 집행부의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었는지, 자신들이 의결해 준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별다른 생각이 없는 듯 싶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집행부가 예산안을 올리면 여과없이 통과시켜준다. 물론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의원들이 있지만 관행이라는 차원에서 그냥 묻히기 일쑤다.

요즘 광명시의 화두는 주민소환이다.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주민소환제가 주민의 손으로 뽑은 정치인에 대한 심판이고 권리이니만큼 현재 논의되는 이효선 시장 뿐만 아니라 시의원 등 지역정치인들 전반에 대한 중간 평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식물의회, 식물 정치인들의 폐해는 고스란히 광명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예산의 원칙없는 심의와 집행은 애궂은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 어렵게 한다. 허술하고 생각없는 일부 지역정치인들의 틈에서 200여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광명시 음식물 쓰레기처리시설’이 또 없을 것이란 보장이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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