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중 출신 손씨 삼형제 ‘처음처럼’ 7080 콘서트

삼형제는 연습이 한창이다. 이제 열흘 밖에 남지 않은 광명중학교 총동창회 홈커밍데이의 메인무대를 장식하게 되는 그룹사운드 ‘처음처럼’의 7080 콘서트. 줄줄이 사탕처럼 형제 셋이 모두 광명중학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동문 사이에서 삼형제의 인기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 이런 학연 뿐 아니라 악기 다루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으니 어찌 이 행사에서 삼형제의 공연이 빠지겠는가. 손병호(44, 광명중 6회), 병훈(41, 9회), 병하(37, 13회). 형제는 유쾌하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던가. 이 삼형제가 모이면 세상이 흔들린다. 어느 인터뷰 보다 신명나고 시끄러웠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손씨 집안 경사났네~”       광명중학교 졸업한 손씨 집안 삼형제가 결성한 그룹사운드 ‘처음처럼’. 사진 왼쪽부터 셋째 병하(13회), 첫째 병호(6회), 둘째       병훈(9회)
▲ “손씨 집안 경사났네~” 광명중학교 졸업한 손씨 집안 삼형제가 결성한 그룹사운드 ‘처음처럼’. 사진 왼쪽부터 셋째 병하(13회), 첫째 병호(6회), 둘째 병훈(9회)

삼형제의 자부심 ‘광명중학교’

“못 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언제나 수~울~래~!” 조용필의 ‘못찾겠다 꾀꼬리’가 연습실에 쩌렁쩌렁 울린다. 기대이상이다.

                      ▲ “앗! 실수~” 맏형 병호,       카메라 앞에서 살짝 긴장하다.
▲ “앗! 실수~” 맏형 병호, 카메라 앞에서 살짝 긴장하다.
맏형 병호가 취재를 의식해 지나치게 멋있게 보이려고 하면서 긴장한 탓에 단 한번 삑사리가 난 것만 빼고는 모두 좋았다. ‘취미삼아 악기 좀 다루나보다’라는 생각은 이들의 연주 한방이면 싹 없어진다.

6월 10일 광명중 총동창회 창립은 삼형제에게 매우 큰 의미다. 광명에서 36년을 살아 온 삼형제는 모두 광명중학교를 졸업했고 광명에서 이렇게 오래 된 학교가 총동창회가 없는 것은 늘 안타까운 일이었다.

삼형제에게 광명은 떠날 수 없는 곳이고 홀어머니가 평생을 살아온 땅이다. 또한 이제 자식들까지 대를 이어 광명중학교 후배가 된 이들에게 있어서 광명중학교는 언제나 커다란 ‘자부심’이다.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기, 선후배를 만난 기쁨이 크다. 그래서 삼형제는 1회 대선배인 황효진 창립준비위원장의 공연 강요(?)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처음처럼 - 꿈보다 해몽이 좋죠!

“왜 밴드이름이 ‘처음처럼’이예요?”
어디서 많이 들은 듯한 이름이라 물으니 이렇게 답한다. “항상 처음같은 마음으로 하자, 하나가 돼 처음처럼 되돌아 가고 싶다는 소망을 담는.. 뭐 그런 뜻이지요~” 병호가 능청스럽게 말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생 병훈이 소주 마시다 황 선배가 ‘처음처럼’으로 하라고 명령해 바로 붙여진 이름이라며 거짓말 하지 말라고 금새 형을 질타(?)한다. 이쯤되면 꿈보다 해몽이 좋은 이름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 나름 진지.. 삼형제 중       노래 실력 가장 딸린다는 둘째 병훈의 노래 한번 들어보실랍니까?
▲ 나름 진지.. 삼형제 중 노래 실력 가장 딸린다는 둘째 병훈의 노래 한번 들어보실랍니까?
삼형제의 음악적 끼와 재능은 아버지의 피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다. 건축업을 하던 아버지는 집에 드럼과 기타를 갖다 놓고 매일 신나게 연주를 하곤 했다. 그 옆에는 항상 삼형제가 있었다. 형제들에게 악기는 놀이기구였다.

맏형인 병호는 광명고등학교 재학시절 밴드부 보컬을 했고 둘째 병훈은 부천공고 밴드부에서 활약했다. 예술적인 끼를 가장 많이 타고난 막내 병하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용학을 전공한 후 엔터테인먼트사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공연을 기획, 연출한다.

병하는 2002 월드컵 행사 음악을 작곡했고 올해 5월에는 광명예총이 주관하는 가족무용뮤지컬 ‘주머니 속의 화가 난 이야기들’을 직접 기획, 공연하는 등 인정받는 재원이다. 특히 그는 92년 강변가요제 동상, 95년 대학가요제 본선에 진출하는 등 탁월한 가창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처음처럼’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형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두 형은 동생 병하만 철썩같이 믿고 있다.

                      ▲ 형님들보다 한수 위. 막내       병하의 재능의 끝은 어디일까?
▲ 형님들보다 한수 위. 막내 병하의 재능의 끝은 어디일까?
맏형 병호와 둘째 병훈이 다시 음악을 시작한 건 5년 전부터다. ‘한도철망기업’을 장절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형제는 공장의 조그만 자투리 공간에 2평 남짓한 연습실을 만들어 주말마다 연습한다.

어릴 적 못다 한 음악도 하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심산이었다. 병호는 드럼, 병훈은 퍼스트 기타, 병하는 세컨기타와 보컬을 맡는다. 최근 이 밴드는 20대 같이 생긴 40대 신동규(42)씨를 영입해 앞으로 함께 음악을 해 나갈 예정이다.

형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

“어릴 적에는 어려웠던 기억 밖에 없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삼형제를 키우셨거든요. 아들만 셋이니 셋방 하나 구하기도 어려웠지요.”

형제는 어머니가 장사를 하러 나가면 늘 붙어 지냈다. 맏형 병호는 동생들에게 좋은 선배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삼형제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엇나가지 않고 항상 즐겁게 살았던 것은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의좋은 형제는 지금도 돈독한 우애를 자랑한다. 삼형제가 모두 광명에서 가정을 이루고 옹기종기 모여 화목하게 산다. 맏형 병호 가족은 어머니한테 얹혀(?) 살고 있다. 활달한 며느리들은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며 엄마가 담근 김치도 가져가고 밑반찬도 해달라고 조른다. 유머감각 탁월한 이 집안은 모일 때마다 배꼽이 빠진다.

음악으로 불우이웃 돕고 싶어

“그동안 먹고 사는 일 밖에 몰랐었죠. 어렸을 때 너무 어려워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작은 공장을 하면서 이제 먹고 사는 데 걱정 없으니까 어려운 사람들 위해 봉사해야죠!”
‘처음처럼’은 지역사회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그 날을 위해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열심히 연습한다. ‘처음처럼’은 공연 수익금을 불우이웃들에게 전액 기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추억으로 떠나는 여행

광명중학교 선후배 삼형제는 이렇게 같이 생각하고 같이 살아서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안다. 다투기보다 서로를 격려하고 보듬어준다.

연,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아니 벌써, 나 어떡해, 못찾겠다 꾀꼬리.. 6월 10일! 실력파 그룹사운드 ‘처음처럼’의 7080 콘서트는 동문들을 아련한 옛 추억 속으로 흠뻑 빠져 들게 하는 데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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