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중학교의 산 증인 '이우천 선생님' - 총동창회가 사제관계 회복하는 계기되길

편집자 이야기 - 선생님은 광명중학교 재직 시절 전교생의 얼굴과 이름을 거의 다 기억합니다. 제자들도 선생님을 가장 존경합니다. 코흘리개 어린 아이들이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이 됐지만 선생님의 눈에는 여전히 그 때 그 철부지 어린아이들 같습니다. 이우천 선생님은 광명중학교가 개교하던 1972년 이 학교에 부임했습니다. 운동장도 진입로도 없는 황량한 벌판을 개척하며 청춘을 광명중학교에 바친 선생님의 열정이 있었기에 제자들이 이제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우천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 제자들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 이우천     선생님
▲ 이우천 선생님

광명중학교 총동창회 창립 소식에 누구보다 반가워하는 이들은 개교 당시 함께 부임했던 다섯 분의 선생님(이우천, 이봉규, 한정자, 이정숙, 송민영)이다. 5인방의 선생님들은 황량한 돌산에 가건물 하나 덩그러니 있는 광명중학교에 운동장을 만들고 진입로를 손수 닦았다.

5인방 선생님 중 안산에 살고 있는 이우천 선생님을 만났다. 1960년 교직에 발을 담근 선생님은 1972년 30대 초반의 팔팔한 나이에 부임한 광명중학교에서 6년여를 보냈고 문교부 연구관, 경기도 교육청 장학관을 거쳐 대안여중 교장을 끝으로 지난 2000년에 40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했다.

                      ▲ 옛날 앨범을 펼쳐들고 옛       스승과 제자들의 추억여행은 계속된다.
▲ 옛날 앨범을 펼쳐들고 옛 스승과 제자들의 추억여행은 계속된다.
이우천 선생님에게 광명중학교는 40년 교직생활 중 가장 보람이 컸던 곳이다. 선생님은 광명중학교 개교 당시의 상황을 잊을 수가 없다. 입학식 때 열악한 교정을 본 학부모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아이를 오류동이나 개봉동으로 전학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단다.

‘내 마음이 이런데 아이들은 얼마나 실망할까? 도대체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지?’

선생님은 그 때부터 이를 악물었다. 대개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천진난만한 이 어린 아이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말아야 한다, 이우천 선생님의 열정은 이런 목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 때부터 선생님과 아이들의 쫓고(?) 쫓기는(?) 학교생활이 시작됐다. 선생님은 잘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탔지만 철딱서니 없는 제자들은 그런 맘을 몰라주고 언제나 ‘만만디’였단다. 그래서 선생님의 사랑의 매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선생님은 선배도, 어른도 없는 광명중학교 아이들을 선생님이 제대로 끌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자들은 선생님이 자기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매를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우천 선생님은 말한다. “아이들 눈치가 빤해서 어떤 선생님이 농땡이를 피는지, 어떤 선생님이 아이들을 생각해서 때리는지 다 알아요!”

선생님은 지금도 광명중학교 제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거의 다 기억한다. 함께 간 제자들(1회 졸업생 황효진, 오정자, 3회 왕의숙)의 증언에 의하면 이우천 선생님은 당시 전교생의 얼굴과 이름을 다 알았다고 한다.

“정자는 남자애들보다 힘도 세 돌멩이 많이도 날랐지. 몇몇 여자아이들은 연약한 척 하는데 정자는 남자애들 서너명 몫을 하는 천하장사였어. 의숙이는 명랑하고 애교도 많고 귀여웠어. 의숙이가 김장하려고 소금에 절여 놓은 배추에 물을 부었다는 일기내용을 아직도 기억해. 도덕산 산동네에서 살았던 황 사장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도시락을 한 번도 못 싸와 점심시간만 되면 없어졌지. 안쓰러웠어. 그 땐 못 먹어서 얼굴에 버짐이 많았는데..”

어려웠던 옛 추억담에도 이제 모두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

                      ▲ 이우천 선생님과의 즐거운       한때~ 사진 왼쪽부터 황효진(광명중 1회), 오정자(1회), 이우천 선생님, 왕의숙(3회).
▲ 이우천 선생님과의 즐거운 한때~ 사진 왼쪽부터 황효진(광명중 1회), 오정자(1회), 이우천 선생님, 왕의숙(3회).
이우천 선생님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 요즘 세대가 안타깝다. 선생님은 깨져가는 사제 간의 신뢰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승과 제자의 신뢰와 의욕이 없었다면 광명중학교는 없었을 것이다.

불도저로도 밀어부칠 수 없었던 돌산의 돌을 고사리 손으로 나르는 학생들과 장대비가 쏟아지면 축대가 무너질까 밤잠 설치던 선생님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어려움을 즐겁게 이겨낸 건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과 제자를 향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우천 선생님은 광명중학교 총동창회가 사제 간의 신뢰관계를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실 1회 졸업생인 황효진 총동창회 창립준비위원장을 비롯한 동문들이 총동창회 결성을 준비하게 된 계기 중의 하나도 이 때문이다. 황효진 준비위원장은 중학교에 입학한 딸에게 스승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우천 선생님은 이렇게 잘 자라준 제자들이 기특하고 고맙다. 전업주부인 오정자, 회계사인 황효진, 어린이집 원장인 왕의숙. 선생님은 이렇게 한달음에 자신에게 달려 와 준 제자들과의 시간이 행복하다. 그래서 선생님은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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