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색소폰 동호회 ‘소리와 혼’

‘사랑을 그대 품안에'라는 예전 인기 드라마에서 베스트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배우 차인표가 색소폰을 불던 그 장면이 아닐까 싶다. 외모 준수한 남자배우가 금빛 색소폰을 들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그럴듯하다.
이제 인생 다 산 것 같은 중년은 가라! 여기 ‘차인표’보다 멋진 광명의 40~50대 색소폰 동호인들이 뭉쳤다. 광명색소폰 동호회 ‘소리와 혼’(회장 이수영)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색소폰에 마음을 담아 연주한다’ 소리와 혼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 색소폰 하나면 인생이       즐겁다! 왼쪽부터 김장호, 호원유, 권영길, 이수영.
▲ 색소폰 하나면 인생이 즐겁다! 왼쪽부터 김장호, 호원유, 권영길, 이수영.
“색소폰은 향수를 불러일으켜요.”, “숨어있는 감성을 찾아내 동화시키죠.”, “중년들이 좋아하는 소리이고 언젠가 한번 불어보고 싶은 악기지요.”, “우선 외관상 다른 악기들보다 훨씬 멋있잖아요!”, “퇴직하면 찢어진 청바지 입고 빵모자 눌러 쓰고 색소폰 하나 둘러메고 전국 다니며 연주할래요!” 광명색소폰 동호회 ‘소리와 혼’ 회원들의 색소폰 예찬론은 끝없이 이어진다.

‘소리와 혼’ 회원들은 색소폰 전공자가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중년으로 구성된 이 동호회는 생활 속에서 색소폰을 즐기는 이들의 모임이다. 건설업, 공무원, 언론인, 제조업, 자영업 등 다양한 직종의 이들이 ‘색소폰’이라는 같은 매개체로 하나가 됐다.

이들은 매일 저녁 7시에 철산시장 3층의 연습실로 하나둘 모여든다. 매일 각자 연습을 하고 밤 11시가 돼서야 집으로 향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찮을 법도 하고 가족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똘똘 뭉친 색소폰에 대한 이들의 열정에 맞서겠는가.

‘소리와 혼’은 작년 12월에 창립해 올해 1월 광명시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됐고 2월부터 평강의집과 치매노인요양센터, 철산복지관 등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광명사거리역과 철산역에서의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는 것이 이 모임의 신조이기도 하다. 아직은 13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인생을 즐기고 의미있게 보내고자 하는 중년이라면 ‘소리와 혼’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우리만 만족할 게 아니라 의미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어르신들이 색소폰 연주에 춤을 추고 좋아하면서 음악치료가 되는 걸 보면 보람을 느껴요. 색소폰 소리를 들으며 옛 향수에 젖어들게 돼요. 좀 있으면 아줌마들 사이에서 ‘오빠부대’까지 결성될 것 같아요.”(웃음)

'소리와 혼' 회원 명단
이수영(회장, 엔지니어링 건설업, 57) 김장호(부회장쪾레포츠용품업, 50) 김성오(광고업, 49) 류완규(중기업, 46) 권영일(서울시설관리공단, 54) 조중선(서울시설관리공단, 59) 유한근(서울시설관리공단, 54) 정예순(자영업, 50) 김기술(제조업, 54) 호원유(신문사, 48) 최동규(회사원, 34) 이승훈 (회사원, 31) 최승규 (레슨지도, 53)

‘소리와 혼’ 회원들은 색소폰 경력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연주를 하다 삑사리(?)가 나기도 한다. 연주실력은 아마추어지만 색소폰에 대한 열정만은 프로다. 사람들이 ‘소리와 혼’의 연주를 좋아하는 것은 완벽한 연주 때문이 아니라 이들의 뜨거운 열정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 때문이다. 광명색소폰 동호회 ‘소리와 혼’은 삶에 최선을 다하는 멋지고 활기찬 우리 시대 중년의 아름다운 자화상이다.

[미니인터뷰] 열정에 반해 후원자로       나선 '재즈앤아이' 안상희 원장                                                                                                       ▲ 안상희             원장
[미니인터뷰] 열정에 반해 후원자로 나선 '재즈앤아이' 안상희 원장 ▲ 안상희 원장
광명색소폰 동호회 ‘소리와 혼’에게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광명에서 실용음악학원인 ‘재즈 앤 아이’와 피아노학원인 ‘피아노맨이야’를 운영하고 있는 안상희 원장이 있기에 힘이 된다. 안 원장은 동호회를 위해 기꺼이 학원에서 사용했던 20여평의 연습실을 제공했다. 방음처리까지 완벽하게 되어 있는 이 연습실은 안 원장 덕분에 ‘소리와 혼’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나이 서른 일곱, 동호회원들에게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여동생 뻘인 안 원장이 이들에게 연습실을 내 준 이유는 ‘소리와 혼’의 열정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안 원장은 색소폰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동호회 보면서 색소폰을 가까이 하게 됐는데 전공하겠다는 생각보다 음악을 즐기자는 취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미흡하고 부족하지만 음악이 필요한 곳을 찾아 좋은 일하는 것이 보기 좋아요!”

안상희 원장은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통해 행복해지는 ‘소리와 혼’이 더욱 번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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