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산 다람쥐 정의갑 할아버지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산에 오르면 모두다 친구가 된다. 오다가다 마주친 이들이 가끔 먹을 거리를 가져다주는 넉넉한 인심이 있다. 그래서 마냥 좋다.       <사진 윤한영>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산에 오르면 모두다 친구가 된다. 오다가다 마주친 이들이 가끔 먹을 거리를 가져다주는 넉넉한 인심이 있다. 그래서 마냥 좋다. <사진 윤한영>
"좀 천천히 가시면 안될까요? 헉헉..” 솜씨가 대단하다. 일흔이나 된 노인네가 참 잘도 간다. 평소 운동이라고는 그다지 하지 않는 사람은 여간해서 따라잡기 힘들다. “나는 다리가 세 개라서 더 빨리 걸을 수 있지.”(웃음)

그래서 그는 구름산 다람쥐가 됐다. 구름산 다람쥐 정의갑 할아버지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다리가 세 개라는 것이다. 40년전 탈영병의 총에 맞아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비관자살까지 시도했었다. 아내는 홧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른 새벽, 하안동 보건소 사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한다. 빨간 모자가 인상적이다. 93년 교통사고로 장남을 잃고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매일 아침 산에 오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한다. 구름산은 할아버지 삶의 터전이다. 저녁 무렵이 돼야 내려온다. 산에 오르면 모르는 이들도 금세 친구가 된다. 신난다. 그게 자연의 힘이다. 할아버지는 구름산에 있는 나무계단이 보수했으면 했다. 군데군데 썩어 목발을 짚기 불편하다. 그는 당뇨 합병증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었다. 등산하면서 보통사람들보다 건강하다. 45인치 허리가 40인치로 날씬(?)해졌다며 자랑한다.

70년부터 광명에서 사는 그는 미장일을 하며 자식을 길렀다. 성한 사람보다 성실한 그에게 이웃들은 일거리 하나라도 더 찾아주려고 애썼다. 비오는 날 목발 때문에 우산을 들지 못하는 걸 알고 우산을 씌워주는 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장애가 있는 아버지로서 자식들 많이 못 가르친 게 한이 되지만 그래도 아버지라면 끔찍이 여기는 세 아들이 있어서 좋다. 자식 신세지기 싫어 굳이 혼자 살겠다는 시아버지에게 반찬과 용돈을 수시로 챙겨주는 며느리들이 있어 더더욱 좋다.

“마음을 넓게 갖고 배려하면 행복하죠.” 할아버지는 다리 하나를 잃고 두 개의 다리를 더 얻은 후엔 더불어 사는 법을 알게 됐다고 했다. 오늘도 할아버지는 자원봉사를 한 후 산에 오른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계속 산에 오르고 싶다는 할아버지의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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