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대 열린우리당 광명시(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 개성공단 북측 책임자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한 철 처장(왼쪽)과 필자. 뒤로 보이는 전경은 개성공단 조성 예정지역.
▲ 개성공단 북측 책임자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한 철 처장(왼쪽)과 필자. 뒤로 보이는 전경은 개성공단 조성 예정지역.
3월 7일 평소 가고팠던 개성공단을 당일치기로 다녀왔습니다. 이번 방문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광명시협의회가 주관했습니다. 출발 며칠 전부터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남북공동번영의 토대가 될 개성공단에 간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2005년 북한 금강산에 갈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그때는 북한 땅을 처음 밟는다는 호기심과 함께 휴양지에 간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개성공단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공동번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기대감과 함께 다소 긴장마저 하게 됐습니다. 더구나 최근 중국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 핵 폐기를 위한 2.13합의가 도출된 데 이어 남북 및 북미관계에서 해빙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개성공단에 가는 당일은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설렘과 기대감, 긴장감이 뒤얽혀 그랬나 봅니다.

출발시각인 오전 8시 이전에 약속장소인 광명시청 앞에 도착했으나 나오신 분이 많지 않았습니다. 혹시 개성공단 방문이 연기되거나 무산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잠시 해보기도 했습니다. 북측에 들어가는 시간이 예정보다 늦어지게 돼 오전 8시 40분경 버스 2대로 출발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민주평통 광명시협의회 박준철 회장이 간단히 주의사항을 알려주었습니다. 먼저 북측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책과 신문의 반입이라며 관련 물건들을 회수했습니다. 북한 군인을 보고 차창 밖으로 손가락질을 하지 말라는 등의 말씀도 해주었습니다.

개성은 서울에서 60km 거리에 있는 가까운 곳이지만 분단 이후 50년 넘게 가지 못했던 금단의 땅이었습니다. 개성은 또 6.25 전쟁당시 휴전협상이 처음 시작된 곳입니다. 말하자면 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이 시작된 곳이지요.

개성 가는 길은 즐거웠습니다. 버스 안에서 개성공단에 두 번이나 다녀온 민주평통 광명시협의회 이영희 부회장이 개성공단과 관련한 이런 저런 친절한 설명을 해줘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최해식 감사의 익살스런 언행도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하는데 한몫을 했습니다.

1시간 반 정도 버스로 달려 도라산 역 부근 남측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도착했습니다. 마치 외국에 가는 것처럼 출입절차를 밟으면서 민족 분단의 냉엄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다시 버스에 올라 군사분계선을 지나 북으로 달렸습니다. 남측의 대성동 마을과 북측의 기정동 마을 그리고 대형 태극기와 북한기(인공기)가 묘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창밖으로 왜소하고 앳된 북한 군인들과 변변한 나무가 없는 야산 등을 보면서 북측에 들어왔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북측의 민둥산이 보기 딱해서 민주평통 광명시협의회는 작년 4월 개성공단 옆 진봉산에서 식목일 행사로 잣나무 3년생 2천여그루를 심었다고 합니다. 이영희 부회장이 자신이 심었다며 푸른 잣나무를 가리키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 동행했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광명시협의회 관계자들과 필자(맨왼쪽).
▲ 동행했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광명시협의회 관계자들과 필자(맨왼쪽).
다소 삼엄한 분위기 속에 북측 통관지역을 나왔습니다. 수백m 지근거리에 있는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감회는 새로웠습니다. 꽃샘추위로 날씨가 쌀쌀한데다 눈발마저 간간이 내려 기분이 묘하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허허벌판에 많지 않은 공장이 들어서 미완성의 초기 공단이지만 이곳이 바로 민족의 새로운 희망이고 남북공동번영의 약속의 땅이며 남북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니 옥동자를 보는 심정이었습니다.

이어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공단의 현황과 투자환경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현재 개성공단에는 22개 국내기업이 가동 중이고 남측 7백 명 북측 1만1천8백 명 등 모두 1만2천5백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시범단지에서 첫 제품이 생산된 것이 불과 2년여 전인데 올해 1월에 생산총액이 1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개성공단이 초기의 구멍가게에서 마트로, 여인숙에서 장급여관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는 공단 관계자의 말이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돼 민족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새록새록 솟아났습니다.

6.25전쟁당시 휴전협상이 처음 시작돼 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을 잉태한 개성이 이제 남북화해와 공조 교류협력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매일 개성공단으로 가는 통근버스가 출발하고 있는 것도 단적인 사례입니다.

개성공단은 통일시대에 대비해 북측 근로자들에 대한 자본주의 교육장으로도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북측 근로자들의 높은 학력과 근면성, 일에 대한 열정이 기업비용을 낮추고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켜 개성공단 성공의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북측 근로자들이 근면 성실한데다 단순 물건제조가 아닌 상품과 납품기한 등에 대한 이해가 높아 많은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측근로자는 고졸 80%, 전문대 및 대졸 각각 10%안팎으로 높은 교육수준을 보이고 있는 반면 임금은 작년 월 평균 미화 68.1달러에 불과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북측 근로자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해 종합적인 기술교육시설을 공단 내에 건립 중이어서 앞으로 더욱 우수한 노동력을 차질 없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내의 우리은행, 소방서 등에서 남북 근로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현대아산이 밝힌 개성공업지구의 미래는 한마디로 웅대했습니다. 장기적(2012년 예상)으로 공장구역 8백만 평, 생활 관광 상업구역 등 1천2백만 평으로 총 2천만평 규모의 공단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1단계로 공단 1백만 평을 조성해 남북경협기반을 구축할 계획인데 이 사업이 완료되면 국내 3백 개 기업이 입주하고 7만~10만 명의 북측 근로자들이 일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개성 밖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공단에서 일하게 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측은 공단주변에 근로자 기숙사를 지을 계획입니다. 더 많은 북측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일하게 될 때 북한 내부의 변화도 급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개성에는 5만 가구에 16만 명이 거주하고 있답니다.

2단계로 공단 1백50만평, 배후도시 1백만 평을 만들어 세계적 수출기지로 육성하고, 3단계는 공단 3백50만평에 배후도시 2백만 평을 조성해 동북아의 거점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TCR(중국횡단철도) TSR(시베리아 횡단철도)을 이용해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육로로 물류를 운송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개성공단은 남북경제공동체의 토대가 돼 동북아 최대공업지대로 자리매김 될 것이라고 관리위원회측은 설명했습니다.

관리위원회측은 개성공단의 투자환경이 많이 개선돼 안심하고 투자해도 좋다고 권유했습니다. 남북투자보장합의서와 개성공업지구법에 따라 북측이 함부로 압수나 몰수를 할 수 없도록 돼 있고,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해 손실을 입을 경우 해당기업이 보험에 들었으면 투자액의 90%를 보전해주도록 돼 있다고 합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국내외적인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공단이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작년 북한핵실험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고 그런 가운데서도 개성공단이 계속 가동된 것은 앞으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개성공단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완제품에 대한 미국시장수출 문제입니다. ‘메이드인 코리아’의 상표를 부착하고 수출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번 한미 FTA회담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개성공단 제품은 인도 중국 베트남 등 다른 나라 제품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국제적 표준에 맞아야 하고 통행 및 통관절차를 보다 신속 간소화해야 하며 인터넷을 조기에 개통하는 것도 조속히 해결돼야 할 현안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북 당국이 서로 신뢰하면서 공존해야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북측 관계자들이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화해분위기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날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평양방문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얘기했고,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습니다. 여야의 대선후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현대 아산에서 운영하는 개성관에서 뷔페식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들쭉술과 북한맥주를 반주로 곁들인 점심은 시장한 탓도 있지만 남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 개성관 앞에서 눈발이 세차게 몰아치는 가운데 한나라당 광명 갑 정성운 위원장 및 방문인사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도 나름대로 좋은 추억거리였습니다.

                      ▲ 개성공단 내 한       의류제조업체에서 근무 중인 북측 여성근로자들과 필자(왼쪽).
▲ 개성공단 내 한 의류제조업체에서 근무 중인 북측 여성근로자들과 필자(왼쪽).
이어 공단에 입주한 시계 및 의류제조업체를 방문했습니다. 북측 여성근로자들의 일하는 모습이 남측 여느 공장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게 없었습니다. 여성 근로자들은 밝은 얼굴로 묵묵히 작업에 열중했고 작업장 분위기는 밝은 편이었습니다. 남쪽의 관리자와 북측의 근로자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어울려 일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다는 현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가족처럼 함께 부대끼면서 일하는 모습에서 통일한국의 미래를 보는 듯했습니다. 개성공단은 이미 북한주민들의 삶의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한국 중소기업의 꿈이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은 이미 경제 분야의 남북공동체를 이뤄가는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3시경 눈발이 세차게 날리는 개성공단을 뒤로 하고 남측으로 향할 때 한반도 평화와 남북경제공동번영의 산실을 직접 돌아봤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개성공단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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