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을 기억하십니까. 세계 각국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16강을 기원한다던 ‘대~한민국’은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어 4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모두가 하나였습니다.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공장소에는 붉은 악마들이 그득했습니다.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 역시 붉은 악마가 돼 고래고래 악을 쓰며 응원을 해댔습니다. 그 해 여름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리 프로축구를 보게 됩니다. 대개 케이블 방송에서 중계하는 이 경기에는 관중이 듬성듬성 앉아 있습니다. 2002년의 함성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흥이 나질 않습니다. 관중이 없는 경기는 정말 재미없습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축구가 빨리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역신문을 만들고 있는 저로서는 지역의 정치, 지역의 현안들이 무시되고 외면당하는 현실이 싫습니다. 대통령이 하는 일에는 민감하지만 자기 지역의 시장이 뭘 하든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중앙의 일은 대단하고 크게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이 살고 부대끼는 지역사회의 일은 작고 보잘 것 없이 여깁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지방자치가 성숙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지방자치는 관중이 없는 축구와 같습니다. 뽑아만 놓고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니나노~’를 외치며 놀러 다녀도 막을 사람 없습니다.

이효선 시장과 일부 시의원의 외유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시장의 잦은 외유는 항상 가십거리였지만 무보직 공무원제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에 관한 조례안과 공기업특별회계 등 추경예산안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해 임시회 소집을 요청한 시 집행부이기에 가십으로 웃어넘기기엔 뭔가 찜찜합니다.

여기에 열린우리당 시의원 3명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시장의 방미일정이 끝날 때까지 회기를 연기하지 않으면 이번 회기의 의정활동을 보이콧 하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렇게 중요하다던 이번 임시회는 흐지부지 끝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외유를 떠나는 사람들이나 회기 중 의정활동을 안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갑갑해 보이긴 마찬가집니다. 답답할 땐 관중이 많은 축구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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