팸투어 체험기 - 광명시 공정여행, 나를 찾고 사람을 만나다!

광명지역신문=장성윤 기자> 여러분은 요즘 어떤 여행을 하고 계신가요?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지, 소위 ‘핫플’부터 검색하시나요?

저는 며칠 전 ‘공정여행’이란 걸 다녀왔습니다. 공정여행이란 지역주민의 삶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여행 콘텐츠를 통해 지역문화와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말합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고요? 사실 저도 ‘공정여행’이란 단어를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면 지역경제가 살아날까요? 지역주민의 삶은 나아질까요?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관광객 수에 집착한 관광상품개발은 무분별하게 환경을 파괴하고, O리단길과 같이 ‘뜨는 동네’가 되면 외부자본이 유입돼 임대료는 치솟습니다. 결국 그곳에서 터를 닦고 살던 상인과 원주민들은 밖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합니다. 불공정하지 않나요?

광명시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11월 2일과 11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공정여행 팸투어’(사전답사)를 진행했습니다.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몇 명이냐가 아니라 여행자도 즐겁고, 지역공동체도 살리기 위한 ‘공정한 여행’, 그 첫걸음에 저도 동행해봤습니다.

빛나는 나를 찾는 광명시 공정여행! 도덕산 출렁다리에서
빛나는 나를 찾는 광명시 공정여행! 도덕산 출렁다리에서

# 낯선 이들과의 만남, 온전히 여행자가 되어 보리라

11월 25일 오전 10시, 도덕산공원 시계탑. 첫 여행지인 도덕산 출렁다리에 오르기 위해 팸투어 참가자들이 모여있습니다. 취재할 땐 나름 용감하단 말을 듣는데, 실제론 낯가림이 심한 저에게 낯선 이들과의 여행은 꿈에서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일입니다.

산에 오르기 전 몸풀기 체조를 한다며 2명씩 짝을 지으라 합니다. 혼자서 뻘쭘해하는데 한 분이 웃으며 손을 내밀어주십니다. 이 난감함을 벗어나게 해주셔서 이렇게 고마울수가... 여쭤보니 언니동생 하는 동네이웃들끼리 함께 오셨다 합니다.

‘빛나는 나를 찾는 여정, 광명시 공정여행!’ 사실 이런 어색함을 예상치 못한 건 아니지만 이 팸투어에 참여한 건 ‘나를 찾는 여정’이란 말이 가슴에 꽂혔기 때문입니다. 오늘만큼은 이들을 취재하는 기자가 아니라 ‘나도 온전히 여행자로 즐기며 나를 찾아보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요. 아! 즐겨야 하는데... 어색하고 손발 오글거리는(?) 체조를 한 후 산행을 시작합니다.

낯선 이들과의 다소 어색한 몸풀기 체조
낯선 이들과의 다소 어색한 몸풀기 체조

# 나무도 치열하게 산다

광명에는 4개의 산이 있습니다. 도덕산, 구름산, 가학산, 서독산. 이른바 ‘도구가서’입니다. 오늘 오른 도덕산은 광명동, 철산동, 하안동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83.1m, 부담없이 오를 수 있죠.

“낙엽은 왜 질까요? 나무가 겨울에 물을 잘못 빨아들이면 수도관 터지듯이 자기가 터질 수 있어요. 그걸 막으려고 떨켜층이 물관을 막아 잎을 떨구는 거예요. 나무가 또 다른 탄생을 위해 가진 것을 버리고 내년을 준비하는 거죠.”

이번 여행을 주관한 사회적기업 ‘비유’(Be You)의 여진 쌤이 도덕산에 있는 풀과 나무, 풍경을 설명하다가 낙엽을 말합니다. 스산한 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보며 분위기에 취하긴 했어도, 낙엽이 왜 지는지 궁금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것이 겨울을 버티려는 나무의 치열한 생존전략이라니... 산다는 것은 치열해서 더 눈물겹고, 더 아름답습니다.

도덕산에 많이 심어져 있는 튤립나무. 나무 기둥에 사람 눈과 같은 문양이 특이하다. 빨리 자라고,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다. 5~6월에 녹색을 띤 노란색 꽃이 튤립꽃 모양으로 가지 끝에 핀다고 한다.
도덕산에 많이 심어져 있는 튤립나무. 나무 기둥에 사람 눈과 같은 문양이 특이하다. 빨리 자라고,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다. 5~6월에 녹색을 띤 노란색 꽃이 튤립꽃 모양으로 가지 끝에 핀다고 한다.

# 도덕산에 오른 지리산 무박종주한 여자

5분쯤 지났을까요? 여행자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집니다. 비록 10년 전쯤이지만 혼자 지리산 무박종주까지 했던 나. 요즘엔 바쁘고 귀찮아서 산을 타지 않았는데 숨이 하나도 안 차네~ 혼자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나 지리산 무박종주 좀 했던 여자예요~’

20분 후 목적지인 도덕산 출렁다리에 도착합니다. 수도권의 유일한 Y자형 다리죠. 높이 20m로 2022년 8월 27일 개통했습니다. 등산로와 등산로를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숲을 연결하는 만남과 화합을 의미합니다.

드론이 하늘을 날아 참가자들을 찍습니다. 광명시 홍보영상을 촬영하나 봅니다. 참가자들이 손을 흔들며 아이처럼 신났습니다. 기사에 쓸 남의 사진은 마구 찍으면서, 피사체가 되는 건 지독히 싫어하는 저도 그들 사이에서 살짝(?) 손을 흔들어봅니다.

정자에서 먹은 감잎차와 빵. 찻잔 속 연한 갈색빛이 가을 감성을 자극합니다만, 그보다는 산행 중 간식은 늘 꿀맛입니다. 역시 감성보단 식성이 먼저지요.

내려오는 길, 공정여행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온 서울 성동구 '사계절 공정여행' 백영화 대표이사님과 명함을 주고받으며 다른 지역의 사례도 들어봅니다.

'우리가 언제 드론에 찍히겠나~' 드론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며 즐거워하는 여행자들
'우리가 언제 드론에 찍히겠나~' 드론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며 즐거워하는 여행자들
도덕산 출렁다리에서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들다
도덕산 출렁다리에서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들다
도덕산 출렁다리 정자에서 감잎차 한잔
도덕산 출렁다리 정자에서 감잎차 한잔
여행자들을 촬영하는 드론
여행자들을 촬영하는 드론
사진 촬영에 바쁜 이정민 기자와 한컷 찍혔다.
사진 촬영에 바쁜 이정민 기자와 한컷 찍혔다.

# 예술협동조합 '이루'에서 패브릭아트...나를 표현하다

도덕산에서 내려와 버스를 타고 30여분을 달려 일직동에 있는 예술협동조합 ‘이루’(대표 권일숙)에 왔습니다. ‘이루’는 예술가들이 세상에 작품을 선보이도록 작가지원사업과 전시를 합니다. 예술가와 마을을 잇는 가교인 셈이죠.

이곳에서 우리는 패브릭아트를 했습니다. 천으로 된 파우치에 물감으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체험에 앞서 이곳에서 상영한 작가 피터 레이놀즈의 <점>이라는 그림책 영상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그림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 미술시간에 아무 것도 못하던 베티가 선생님의 칭찬에 자신감을 얻고 다른 아이에게도 용기를 심어준다는 내용입니다.

권일순 대표님이 현대 추상회화의 아버지인 바실리 칸딘스키 작품을 설명합니다. 작은 점이 선이 되고, 면이 된다면서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남과 비교하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는 말에 조금 용기를 얻습니다.

우유팩으로 만든 팔레트에 색깔별로 물감은 덜어봅니다. 금색 반짝이 물감은 특히 맘에 쏙 듭니다. 하얀 천에 점을 찍어 마구 그렸는데 결국 상당히 복잡하고 난해한 그림이 완성됐습니다. 그림이 심리를 반영한다던데 대체 내 상태는 어떻길래... 마지막에 사인펜으로 제 이름 이니셜 J.S.Y ZZANG이라고 씁니다. 한 사람씩 자기 그림 제목을 발표하라는데 우습게도 이 복잡 난해한 그림을 ‘자기애(愛)’라고 말한 나. 누가 뭐라든 저는 자기애만큼은 충만합니다.

작품명 : 자기애(愛)
작품명 : 자기애(愛)
패브릭아트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 박승원 광명시장도 함께 했다.
패브릭아트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 박승원 광명시장도 함께 했다.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책 '점'이 영상으로 상영됐다.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책 '점'이 영상으로 상영됐다.

# 마을기업 협동조합 '담다'에서 한솥밥 먹은 사이

낮 1시. 조금은 늦은 점심에 다들 허기가 집니다. 점심 메뉴는 마을기업 협동조합인 ‘담다’가 준비한 연잎밥과 떡갈비 정식입니다. 5명의 마을 활동가들이 모여 마을의 공공가치를 실현하고자 만든 협동조합 ‘담다’는 마을을 위한 마음, 정성, 행복, 사랑, 그리고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담다’에서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고, 사람들과 밥 한끼를 즐겁게 먹으며 ‘함께’라는 의미를 꾹꾹 눌러 담습니다. ‘나’로 시작해서 ‘우리’가 되기까지... 오늘 처음 만났지만 우리는 한솥밥을 먹은 사이입니다.

어색함은 잠시다. 밥 한끼 같이 하며 가까워진 사이. 소하동 이웃끼리 오신 삼총사 이모님(언니?)들과 광명을 사랑한다는 박갑순 마을기자님. 존함을 물어보지 못한 게 아쉽다.
어색함은 잠시다. 밥 한끼 같이 하며 가까워진 사이. 소하동 이웃끼리 오신 삼총사 이모님(언니?)들과 광명을 사랑한다는 박갑순 마을기자님. 존함을 물어보지 못한 게 아쉽다.
연잎밥과 떡갈비
연잎밥과 떡갈비

# '꿈꾸는 별책방'의 특별한 선물 '생일책'

마지막 여행코스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꿈꾸는 별책방에서 준비한 생일책입니다. 청년기업가 이한별 대표가 창업한 독립서점인데 나와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을 만나는 특별한 컨셉입니다. 광명동 광명사거리 뒷골목에 있는데 장소가 좁아 오늘은 일직동에 있는 ‘커피랑 도서관’으로 여행자들을 만나러 왔습니다. 생일책은 포장되어 있어 책 제목도, 작가도 알 수 없습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오로지 ‘날짜’입니다.

제가 받은 생일책은 이든 콜린즈워스의 ‘예의바른 나쁜인간’입니다. 낯선 책과 만나는 경험이 신선합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미디어광명의 이정민 기자가 책 제목을 보더니 ‘예의없는 나쁜인간’이 맞는 거 아니냐며 농을 던져 한바탕 웃습니다. 지인 생일에 이런 선물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요즘 꿈꾸는 별책방이 날로 번창하고 있답니다. 이젠 책 포장을 혼자 하기 벅차다는 이한별 대표는 지역사회 발달장애인들을 채용하고, 자기 개발할 기회도 만들겠다고 합니다. 속 깊은 청년기업가의 배려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생일책을 들고 한 컷
생일책을 들고 한 컷
꿈꾸는 별책방 이한별 대표
꿈꾸는 별책방 이한별 대표
선물로 받은 생일책
선물로 받은 생일책
다회용컵, 일상에서 실천하는 탄소중립
다회용컵, 일상에서 실천하는 탄소중립
경기장애인부모연대 광명지부 박미경 회장님, 퀴즈를 맞추고 받은 선물은 덤이다
경기장애인부모연대 광명지부 박미경 회장님, 퀴즈를 맞추고 받은 선물은 덤이다
생일책은 포장되어 책 제목도, 작가도 알 수 없다. 책 선택의 기준은 오로지 날짜다.
생일책은 포장되어 책 제목도, 작가도 알 수 없다. 책 선택의 기준은 오로지 날짜다.

# 나는 공정여행에서 무엇을 얻었나?

빛나는 나를 찾고, 선한 이웃을 만나는 광명시 공정여행! 사실 저는 이 한 번의 여행으로 얼마나 나를 찾았고, 얼마만큼 자유롭게 즐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익숙한 것만 찾던 내 생활에 낯설지만 신선한 경험이 채워졌고,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만났으며, 일에 쫓기던 일상에 잠깐의 ‘쉼표’ 같은 시간을 선물받은 느낌입니다. 저는 원래대로 다소 다혈질이고, 까칠한 기자 모드로 일상에 복귀했지만 선한 에너지를 주는 선한 이웃들을 만날 소소한 여행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합니다.

“광명시는 내년 4월부터 일반시민과 외지인들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에요. 사회적경제기업, 협동조합, 청년기업, 그리고 경기관광공사와 협업해 다양한 여행코스를 만들려고요.” 박미정 광명시사회적경제센터장님이 이런 포부를 밝힙니다. 여행자가 쓰는 돈이 지역과 지역주민들을 위해 온전히 쓰이고, 여기에 동참하려는 이들에게 공정한 참여기회도 보장되는 진정한 공정여행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행자와 여행지에 대한 진심을 담은 공정여행!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당신의 여행은 얼마나 공정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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