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야기 - 가학폐광산 인근 농경지가 오염됐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최근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이 일대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물류단지, 행정타운 등을 조성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곳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번 호 광명지역신문은 이 지역 토박이 농민들을 만났습니다.

                      ▲ 가학폐광산에서 내려다 본       마을전경.
▲ 가학폐광산에서 내려다 본 마을전경.

법정 허용치 초과한 납 성분
가학폐광산에 가보셨습니까? 저는 얼마 전 그 곳에 올라갔었습니다. 광명에서 3년이나 신문을 하면서 말로만 듣던 그 곳을 찾았습니다. 참 게을렀지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10일까지 이 일대 농경기 34필지 74,600㎡에 대해 농산물 중금속 안정성 조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납 성분이 법정 허용 기준치인 0.2ppm을 초과해 적게는 0.282ppm에서 많게는 1.062ppm까지 22필지 45,922㎡에서 검출되었답니다. 경기도는 광명시에 해당 필지에서 생산된 벼를 전량 수거해 소각 처리할 것을 통보했고 지난 10월 30일 광명시는 이를 전량 소각했습니다.

뮬류단지, 행정타운! 그린벨트 해제 건의
여기저기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도권 대단위 물류단지 또는 행정타운 및 IT 첨단산업단지 등을 조성하자는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방치된 가학폐광산에생태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광역도시계획에 반영해 달라는 요구도 가속화됩니다. 광명시는 경기도에 이런 내용을 골자로 그린벨트 해제를 건의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다 좋은데 문제는 말입니다, 정작 가학폐광산 주변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가학 폐광산 일대 농경지에서 농사를 짓는 이들은 대개 소작농이거나 조상 대대로 내려 오는 조그만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지으며 근근히 살아가는 소박한 광명 토박이들입니다. 다시 말해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개발이 되면 보상을 많이 받을 농민들은 거의 없다는 이야깁니다.

“그린벨트 해제요?
경기도 다른 곳들을 보세요.
개발한다고 그린벨트 해제하면 원주민들은
그대로 쫓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곳 농민들은 가학 폐광산 일대의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물류단지를 만들고 행정타운을 만드는 것보다 내년에 당장 농사를 지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가 더 시급한 문제입니다.

                      ▲ 가학폐광산에서 흘러내려오는       중금속으로 이 일대 농경지가 오염되고 있다.
▲ 가학폐광산에서 흘러내려오는 중금속으로 이 일대 농경지가 오염되고 있다.

순박한 원주민들이 손해보는 또 하나의 이유
이 일대의 그린벨트 해제는 오래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몇 년만 있으면 그린벨트가 풀린다는 소문을 듣고 시간이 지날수록 보상을 노리고 이 지역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정작 이 곳에서 살아온 토박이들은 권리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40년간 농사 밖에 모르고 살아온 아저씨
열 다섯살 때부터 조상 대대로 물려 받은 2필지의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성강수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올해 나이 쉰 다섯이랍니다. 척추를 다쳐 지체장애 5급인 아저싸는 40년간 벼농사 짓는 것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달리 해 본 일도 없는 사람입니다.
아저씨는 정부, 경기도, 광명시가 모두 뒷짐만 진 채 나 몰라라 하면서 농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 억울합니다. 정부와 경기도는 화훼산업으로 대체하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할 따름입니다. 주민들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화훼산업은 정부에서 돈을 지원해 준다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 평생 쌀과 채소 농사만 짓던 사람들입니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화훼산업으로 대체하라는 것은 결국 외지에서 온 이들에게 밀려 이 곳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만드는 현실성없는 탁상행정에 불과합니다.
“납이 나온 것이 농민들의 탓입니까?”
아저씨는 농민들을 짓밟는 현실이 싫습니다.
가학 폐광산 주변은 오래 전부터 농사를 짓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일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비만 오면 마을로 흘러 내려오는 중금속으로 땅이 오염되는 것이 눈으로 보입니다. 힘 있는 사람들이 왜 그동안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이렇게 방치해왔는지 원망스럽습니다.

무책임한 경기도 … 답답한 광명시
광명시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광명시 담당 공무원들은 농민들의 이런 한탄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털어 놓습니다.
광명시는 납 성분이 검출된 농지에서 생산된 벼를 처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경기도에서 지원하고 휴경에 따른 영농보상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경기도는 묵묵 부답입니다. 아예 경기도 담당공무원들은 이 골치 아픈 문제에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그동안 광명시는 폐광산지역의 농경지오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996년에 38억원을 투입해 폐광산지역에 옹벽설치와 광산 유출수 처리시설 설치, 하천 오염토 준설 등 토양오염 방지시설공사를 추진해 왔습니다. 가학광산 인근 116가구에 상수도를 공급하고 7만8천여평의 답(畓)을 전(田)으로 형질 변경하였으며, 지난 5년간에 걸쳐 비식용 작물 재배를 확대하기 위해 시비 5억여원을 들여 화훼특성화사업을 전개하는 등 연차적으로 실질적인 농경지 개량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국 미봉책에 불과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이번 호 광명지역신문은 이 곳에 사는 토박이 농부들의 입장에서 가학 폐광산 문제를 바라보았습니다. 광명지역신문은 앞으로 가학 폐광산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무엇이 광명을 위하는 길인지, 도대체 이 땅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에 대해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고민해주십시오!

저작권자 © 광명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