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2002년 당시 한나라당 바람이 불었어도 끄덕없었던 광명도 이번에는 여지없이 흔들렸다. 8년간 광명시를 집권하던 열린우리당은 참패했고 한나라당은 바람을 타고 어부지리로 대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다. 진보와 개혁을 외치며 내심 한석이라도 기대하던 민주노동당과 우리당의 이탈표를 흡수해 다시 한번 지역기반을 강화해보려던 민주당은 철저히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했다.

이번 지방선거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광명시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열린우리당은 8년간 광명시를 집권하면서 쓸만한 인재 하나 양성하는데 실패했다. 흔히들 광명은 인재가 없다고 한다. 사람을 키울 생각도 없거니와 좀 쓸만하다 싶으면 여기저기에서 시기하는 세력들의 등살에 못 이겨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지역을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현안이 생겼을 때 지략을 세울 전문가 집단이 없다는 얘기다. 광명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고 이 문제의 근본적인 책임은 우리당에 있다. 전임시장이 시정과는 상관없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주변에 직언을 할만한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았고 측근에 의해 쓴소리가 모두 차단되었다는데 있다.

지역주민들이 민주노동당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지역적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민주노동당 광명시위원회의 책임이다. 무상급식, 무상의료와 같은 굵직굵직한 국가정책적 사안도 좋지만 정작 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정책을 만들기에는 너무 약하다. 큰 정책만 펴려고 하지 생활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시민들과 동떨어진 시민운동이 자리를 못잡고 외면당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그 이유는 지역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바꾸려고 하는 이들이 내부에 많지 않고 중앙의 문제만을 그대로 받아 하기 때문에 지역주민들과는 동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 역시 자만할 때가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공천잡음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인재난에 허덕인 것은 한나라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민들은 최선이 없기에 차선을 선택했을 뿐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차기 시장의 최우선 과제는 정파와 상관없이 좋은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유비가 지략가인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제갈공명은 어떻게 하면 유비가 독자적인 세력과 근거지를 마련해 천하를 통일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고 천하의 형세를 분석해낸다. 제갈공명은 숨어서 언젠가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광명에는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인재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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