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치매노인 돌보는 부부

한해순 할아버지 내외는 93세의 노모를 10년째 수발하고 있다. 2남 2녀의 자식들과 연락이 뜸해진지 오래다. 치매에 걸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강해금 할머니는 하루 종일 방에서 누워 지낸다.


4년전까지만 해도 거동을 하던 어머니는 이제 움직이지도 못한다. 일흔이 다 돼 가는 아들 내외는 병든 노모를 외출시킬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노모가 갑자기 욕을 한다. 며느리가 자기에게 잘해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린다. 며느리 박연순씨는 2003년 표창장까지 받은 효부다. 그녀는 병든 노모를 지극히 간병한다. 사람 사는 일이 뜻대로야 되겠냐마는 그래도 정정하던 시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치매에 걸리고 사람도 제대로 못 알아보게 돼 가슴이 아프다.


할아버지는 15년간 경비일을 하다가 정년이 다 돼 7년전에 그만뒀다. 정년퇴직 후 할아버지는 일정한 소득이 없다. 주말에는 안양천에 나가서 솜사탕 장사를 하고 평소에는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져 팔만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 본다.


아들 내외의 소망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죽는 것이다. 그러면 여한이 없단다. 왁스로 닦아도 대소변 냄새가 없어지지 않는 곳,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 그들에게도 솜사탕처럼 달콤한 내일이 찾아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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