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광명시장 지킴이

                      ▲ 달준씨, 꿈은 이루어지다. 올 가을엔       그의 시집을 서점에서 볼 수 있기를.. <사진 윤한영>
▲ 달준씨, 꿈은 이루어지다. 올 가을엔 그의 시집을 서점에서 볼 수 있기를.. <사진 윤한영>
중졸 학력이 전부인 그는 어릴 적 자신이 쓴 시를 자랑하며 다니시던 선생님을 보며 시인의 꿈을 키웠다. 이 남자는 커서 과일장수가 되었다. 그러나 시인의 꿈을 접지 못했고 올해 1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문단에 데뷔한 새내기 시인이다.

“아저씨! 과일 좀 주세요!!” 큰 소리로 몇 번이나 고함을 지른다. 그제야 슬그머니 일어나 반응을 보인다. “아휴~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예요!” 푹푹 찌는 여름더위에 짜증난 손님이 핀잔을 준다. 워낙 느긋한 성격에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다. 광명시장에서 ‘코너청과’를 운영하고 있는 양달준(46)씨 얘기다.

18년간 광명시장에서 과일장사를 하고 있는 달준씨는 덤 하나 얹어주는 재래시장의 인심이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 언젠가부터 재래시장은 지저분하고 불친절하다고 인식되는 것이 안타깝다.

그는 ‘광명시장 지킴이’를 자처한다. 사람 냄새나는 재래시장의 이야기를 담아 시를 쓴다. 북적이는 재래시장에서 벌어지는 소시민의 광경을 여지없이 자신의 시를 통해 표현한다. 다른 곳에 가게를 차릴 수도 있지만 그는 광명재래시장이 좋단다. 높이 솟아오르고 깔끔하게 정돈된 대형 할인매장에서 볼 수 없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단다.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의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시에 담는다. 재래시장 예찬론자인 그는 작은 행복 한 봉지를 판다.

달준씨는 광명이 좋다. “광명은 작은 읍내같아요. 도란도란 서로를 알 수 있고 보듬어 줄 수 있어 좋아요.” 남들은 돈 벌면 광명을 떠난다는데 그는 이런 이유로 광명에 눌러 산다.

베레모도 아니고 중절모도 아닌 항아리같은 색다른 모자를 늘상 머리에 반쯤은 덮고 산다.머리가 빠졌기도 하거니와 시를 가르쳐주신 스승님이 권하셨단다. 충현문예학교를 다니며 시를 공부한다. 오늘 ‘코너청과’를 들르면 싱싱한 과일을 소쿠리에 듬뿍 담아 놓고 뭔가를 읽고 쓰는 달준씨를 만날 수 있다.

소시민들의 이야기들을 시집으로 내고 싶다는 시인 양달준. 올 가을엔 그의 시집을 서점에서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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