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죽 쒀서 개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힘들게 고생하며 일해 놨더니 엉뚱한 사람이 와서 낼름 가져 간다는 뜻입니다.

요즘엔 지역정가가 심란스럽습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결과를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은 한마디로 ‘죽을 맛’입니다. 뭐하러 정치판에 뛰어들어 그토록 맘 고생을 하고 있는지 저 같은 소시민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광명시장 전략공천 가능성을 제기하자 지역정치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전략공천, 이른바 낙하산 공천이라는 것은 광명에서는 항상 불거지는 상황입니다. 인물도 인물이거니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하나라도 더 배출하려는 욕심에 주민들의 반발이 덜한 만만한 지역을 골라 사람을 내려 보냅니다.

주민들은 지역 애착심도 없을 뿐 아니라 지방선거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도 않습니다. 역대로 광명의 지방선거 투표율은 50%를 채 넘기지 못합니다. 누가 돼도 이곳에서 오래 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인구 34만 밖에 되지 않은 이 작은 도시 ‘광명’, 밖에서 봤을 때 별 힘도 쓰지 못할 것 같은 광명시장 자리에 뜬금없이 사람이 내려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막강한 공천권을 휘두르는 중앙의 정치 논리와 정당내의 집안 싸움에 지역 정서는 무시됩니다.

지방선거를 정당공천제 하에서 치르는 것은 지방자치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은 이래서 먹힐 수 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정당공천을 실시하는 한 지방자치는 영 글러 먹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유급제로 인해 유능한 인재들이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겨 나간 것 같습니다. 유급제와 함께 실시되는 정당공천제는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정치판에 뛰어들 수 있는 창구를 오히려 차단하고 당내 줄서기를 잘한 기존 정치인들의 편의를 봐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5일까지 광명을 비롯한 5개시 중 한 지역에 여성전략공천을 하겠답니다. 여성 정치인들이 지역을 무대로 자리매김하는 것에는 얼마든지 찬성하지만 지역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이 단지 중앙당의 힘만 빌어 내려오는 것은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영 내키지 않는 일입니다. 정당의 구색맞추기에 한 지역의 미래가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는 이 생뚱맞은 상황에 기분이 더럽습니다. 어쨌든 대책은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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