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고실험동아리 자격루. 자격루의 회원들은 어리지만 성숙하다. 동아리가 사교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에 비해 자격루는 시간을 쪼개 진지하게 실험을 하는 미래의 연구원들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점심시간을 쪼개 30분간 실험을 진행한다. 짧은 시간에 실험을 완수하기 위해 회원들은 미리 실험소재를 정하고 담당교사인 손영준 선생님은 기구를 준비한다. 물론 실험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모두들 좋아만 할 뿐, 실력이 없다고 겸손을 떨지만 이미 자세만으로 연구원의 티가 난다.

“평소에는 실험에 몰두하느라 다른 학생들은 잘 모르지만 축제 때 공개실험을 할 때면 줄이 복도 끝까지 이어지죠.”

신임 부장을 맡고 있는 조현규 군이 자랑한다. 작년 축제에는 쥐를 해부했다고 한다. 그 전에는 전신 비누방울 만들기, 직접 제작한 로봇을 선보이기도 했고,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액체 위를 걷는 실험도 선보여 학생과 선생님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과학이라는 매개로 모였지만 관심분야도 다양하다. 김상현 군은 생화학을 전공해 냄새를 느끼게 해주는 기관이 물질에 의해 작동하는지 파동에 의해 작동하는지를 발견하는 것이 꿈이다. 또 우주정복이 목표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백경미 양은 우주선조종사도 되고 싶었지만 까다로운 신체적 조건 때문에 우주항공산업 종사자로써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속된 말로 ‘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물리학자를 꿈꾸는 학생도 있다. 양자역학에 심취해 과학서를 뒤적였다는 고재덕 군은 사색중인 칸트를 닮았다.

자격루는 동아리인 동시에 CA수업을 겸한다. 점심시간에 모여 실험을 하고 CA시간에는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한다. 교과서를 벗어나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실험은 행복한 일이다. 올해 처음 신입생과 선배가 만나 첫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자격루의 멤버들. 감수성 예민한 고등학생이지만 미래의 리처드 파인만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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